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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23. 2020

이사 경험 만렙을 찍다 (1)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가까스로 계약 연장


   나는 혼자 살이에 대한 엄청난 꿀팁이나 비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년간 여러 차례에 걸친 이사에서 오는 다양한 경험이.. 있을 뿐.


   수도 배관이 터지고 문제가 많던 집에서 못살겠다고 이사 나가면서 남은 석 달치 월세를 다 받아낸 집 주인, 내가 전세 계약이 끝나갈 때쯤 갑자기 집 안 가족이 사고가 났다며 2주가 넘도록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던 집주인, 집 주인은 아니지만 이사 나가는 날 본인 집 물건을 다 들고 나간다며 내게 바가지로 물을 뿌려대던 옆집 할머니 등등..


   그런 에피소드와 여려움 중 가장 특이하고도 어려웠던 일이 바로 이 서교동 집에서 전세금 연장 & 전세자금대출금 연장 할 때에 있었다. 얼마 전 '달콤한 낮잠'이라는 글에서도 한 차례 언급하였는데 내 재계약 날짜가 다가올 때쯤 집주인 분께서는 많이 아프셨고, 증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셨었다.

   그 사실도 모르고 나는 재계약 날짜 한 달 전 시점이 지나기기만을 바랐는데.. (임대인과 임차인이 암묵적으로 재계약 날짜 한 달 전 시점이 지나가면 동일한 금액으로 자동연장 되기에)


   실제로 임대인 분 가정에서 아무 언급 없이 재계약 한 달 전 시점이 지났다. 당연하게도 전세금을 올리거나 반전세로 전환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집주인분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암묵적 계약갱신이 된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혹여 그 다음날에라도 집주인 쪽에서 전화가 오면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지내고 있던 중(그 시점까지는 돌아가신 줄 모르고 있던 집주인 할아버지분의 건강이 다시 좋아지셨길 바랐던 마음이기도 했다), 집 계약 일자 한달 전 시점의 이틀이 지난 후 집주인 사모님께서 전화가 왔다(계약 만료일이 7월 18일이었으니 6월 20일에).


올 것이 오고야 말았으나..


   "지금 전세금에서 2천을 올려줬으면 해요."

   "아 선생님, 저기 그저께가 6월 18일이었고, 계약 한달 전까지 말씀이 없으셔서 저는.."

   "우리 할아버지(집주인분)가 돌아가셨어요. 너무 경황이 없어서 말을 못 했네.:

   "아.. 그러셨군요.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네, 저 그러니까 2천 올려주시고, 재계약 하실지 알려주세요."

   "아... 선생님, 저 너무 죄송하지만 저는요. 저는 한 달 전 날짜였던 그제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으시고 그냥 날짜가 지나버려서요. 당연히 자동으로 재계약이 된 걸로 알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거든요. 사실 다른 곳으로 이사갈 생각은 없는데 올려드릴 여유는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데 마침 별 말씀 없이 지나가서..(중략)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하시고 일단은 전화를 끊으셨다. 아, 그냥 정리가 되었으면 된 거지 왜 다시 이야기를.. 참 어려운 상황이었다. 집주인분께서 돌아가신 상황이어서 그저 내 상황만 주장하기에 좀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고..

   법적으로는 암묵적인 연장이 된 상황이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혹여 이 일을 가지고 서로 계속 불편해질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임차인 입장인 내가 계속 지내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이틀 후 아주머니와 다시 통화를 했다.


   "뭐 법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지만 상황이 상황인데 좀 서운하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으니 그렇게 해야지 뭐."


   불편한 마음을 어디다 풀 수도 없고, 다시 사모님 얼굴 보기도 어려울 것 같고. 그렇지만, 그래도 동일한 금액으로, 기존 기관과 동일하게 2년 더 연장이 되었다. 그 때는 그게 더 중요했다. 매정해 보여도 어쩔 수 없었다. 진짜 어려운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그렇게 계약 기간은 암묵적으로 연장되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한 가지 문제가 더 남아있었고, 그 문제가 내게 더 큰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는 그때까지는 예상치 못했다. 전혀..



다음 이야기...

https://brunch.co.kr/@jayang/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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