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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24. 2020

이사 경험 만렙을 찍다 (2)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집 계약 연장은 되었으나


   어제 올린 글에서 말했던 불편한 과정을 통해 집 계약 연장은 합의했다. 큰 짐을 덜었다. 그리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참 상식적이고 좋으셨던 집주인분이 돌아가신 상황 그리고 집 계약 연장을 해야하는 나의 불편하지만 간절한 마음. 어색했던 며칠이 지나고.


https://brunch.co.kr/@jayang/115


   이제 다음 스탠스는 전세자금대출 기한 연장이었다. '임대차 계약기간 만료 한 달 전까지 계약에 대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면 동일 금액, 동일 기간으로 계약 연장이 된다' 라고 임대차 보호법에 나와있다.


   사망한 집주인분의 대리인격인 사모님과 전화통화로 집계약 묵시적 연장을 확인한 상황에서 은행에 연장 방법을 문의했다. 공식적으로는 현재 등기상 임대인과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여 가져와야 대출 연장이 된다고 하였으나 내가 사정을 설명하니 구 계약서에 상속받을 분 도장을 받아오면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사모님께서 아직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도장을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해결방법이 생겼으니 다행이었다. 어렵사리 구계약서에 도장을 받고 서류를 다 갖추어 은행에 방문하였는데-


   이렇게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집 계약서를 새로 쓰고 등기 이전까지 완료해야 정상적인 대출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


   '구계약서에 상속받을 분 도장 받아오면 된다고 했던 직원 누구야...'



훨씬 어려워 보였던 다음 단계


   임대인측과는 아무 문제 없이 해결이 되었는데, 확인할 수 있는 정식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은행에서는 전세자금대출금 연장을 해줄 수 없겠다고 한다. 그동안 이상한 임대인들이 나를 힘들게 했었는데 이번에는 은행이 나를 어렵게 하는구나...


이미지 출처 : bizart.co.kr

   은행이 말한 해결방법은-


   망자 관련 서류를 떼고(나는 할 수 없다, 임대인 가족측에서 해줘야 하는 일), 집 계약서를 새로 쓰고, 등기 이전까지 다 완료되는 것.


   서울 와서 처음으로 집 계약 연장 한 번 해보려 하는데 이렇게 고난의 길이 펼쳐질 줄이야... 처음으로 이사 안 가보나 했는데 이런 다이나믹한 시련이 또 다가오는구나.



   '그럼 이를 어떻게 해야하나.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사모님께 망자 관련 서류를 떼달라고 부탁하고,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해주십사 말씀드리고, 등기 이전을 빨리 완료해주십사 부탁드리면 되는건가?'


   그리고 그 동안에는 전세자금대출 이행 기간 불이행으로 어떤 형태로건 내게 불이익이 올 것이었다. 나와 법적 관계로 묶였던 이의 죽음이 나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 이사를 그렇게 많이 다녔다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실마리는 다른 곳에서


   상속받으실 사모님께 이를 어떻게 말씀드릴까, 어떤 방법으로 말씀드려야 부드러울까, 어떤 방법을 취하면 빨리 해주실까 등등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3일 정도 후면 계약만료일이었기 때문이다. 3일 안에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다시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카페에도 들어가서 살폈다.
   '또 이사가야 하나보다. 처음으로 재계약을 해보나 했는데 역시 쉽지 않네..' 



   하루를 고민하고 그 다음날, 계약만료 이틀 전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연장 방법이 있다는 답을 기다리고 있던 찰나,


   "전세자금대출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아, 정말요?!!! 어떻게요?"

   "전세자금대출 2년이 경과하고 원래 대출금의 10%를 상환하실건지, 아님 상환하지 않고 금리를 0.1% 올릴지 결정하거든요."

   "아, 예 그렇죠."

   "대출금 10%를 상환하시면 전세계약 연장이 된 걸로 간주하고 연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으면 당사자가 이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깊은 시련에 빠지기 전에 진작에 좀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으련만'


   목젖까지 올라오는 말을 참고,

   "그럼 10%를 상환해야 하겠군요.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거죠?"


   구사일생 처럼 방법이 생겼지만, 이틀 남은 상황에서 10%를 마련해야 하는 것 또한 문제였다. 넣고 있는 적금과 저축을 살폈다. 아주아주 다행히 넣고 있는 청약저축에서 그 정도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내가 넣고 있는 저축에서 내가 대출을 받다니.'



해결, 해결


   이 문제 때문에 까맣게 타버린 마음과 소모된 시간들을 생각했다. 몹시 언짢은 상황이었지만 사람의 죽음 앞에 어떤 원망을 할 수 있을까. 


   처음 집 계약할 때가 생각났다.


   반전세였던 집을 완전 전세로 쿨하게 바꿔주시고, 계약서 대필료도 혼자 내려 하니까 이사가는 세입자한테 말해서 나눠서 내라고도 해주시고, 특별한 간섭 한 번 없으시면서 잘 대해주셨던 분.



   돌아가신 그 분을 생각하니, 이 정도 수고야 내가 당연히 치러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심지어 이 동네에서 전세금도 안 올리고 아직도 이 가격에 살고 있는데, 그냥 상황이 다 자연스럽게 지나간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이사, 집 계약 관련해서 경험치 만렙을 찍은 느낌이 들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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