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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25. 2020

돌연 리턴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큰 확신 없을 결심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나는 여덟 곳의 집에 살았다. 이번 집에서의 계약만료 기간은 7월 중순까지였는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전세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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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가며 집 계약을 연장했지만 2017년 연말 나는 돌연 엄니가 계신 시골집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지금껏 8년 동안 서울에서 어떻게든 지내고 버텨왔는데 갑자기 왜? 그 때 내가 왜 그랬는지는 여전히 조금 스스로 모호한 기억이 있다.



   2017년 초에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끝내고 관련해서 해볼 것들을 많이 궁리해 보았으나 길이 잘 찾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와 나는 취업을 했다. 나는 하고 싶던 일인 도시재생 관련 일에 취업을 했다. 단지 민간의 영역에서 다양한 실험과 작업들을 하고 싶었지만 공공의 성격을 가진 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다. 공공영역에서 일하게 되었으면 더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업 기간이 정해져있고, 계약 주체가 계속 바뀔 수도 있고, 처우도 좋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몇 달째 일하고 있던 연말에 일에서도, 생활 면에서도 수월하지 않았었나 보다. 연말에 나는 일을 그만 둬야 하겠다고, 그만 시골 엄니집으로 돌아가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망설임 없는 실행


   처음 서울에 올라올 결정을 했던 8년 전의 일처럼, 다시 돌아가야 하겠다는 결심에 대한 실행도 일사천리였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퇴사와 이사를 결정했고, 사무실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렸다. 익산과 대전의 몇 군데에 원서를 넣었고, 두어군데의 서류 합격 통지와 면접일자를 받아두었다. 어머니에게는 회사 한 군데의 일자리에라도 합격을 하고 알려야 할 것 같았다.


   (어머니가 나를 받아주시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대학교 때 이후로 여태 한 번도 같이 살아본 적 없는 어머니와 나는 언제고 다시 살아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하곤 했었기 때문에 그걸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익산의 모재단과 대전의 한 회사에 면접을 봤다. 강경역에서 가까웠던 어머니집에서 내가 다닐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는 서대전역 인근까지였기에(출근을 무궁화로 열차로 하는 것..). 그 당시에는 대도시에 또 나가서 살고 싶지는 않았었다. 어떻게든 통근.


   익산의 모재단과 대전의 한 회사 두 군데를 놓고 저울질했는데, 익산의 그 곳이 갖고 있던 면접관들의 고루한 태도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지방 문화업계특유의 분위기가 싫어서 대전의 회사로 결정했다. 회사의 실체는 잘 모르겠으나, 건물과 시스템이 그럴듯 했던 곳이어서 '그냥 돈만 벌자'는 마인드로 그쪽으로 출근을 결정했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8년 만에 다시 누군가와 함께, 어머니와 함께 살아보는 것이었다. 8년 동안 혼자 살면서 너무 안 좋아진 건강과 황폐해진 내 삶을 조금 정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출근해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시골 동네에서 한적한 삶. 한 달 정도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별다른 기술 없이 대표의 재력으로 버티고 있었으며 종교적이기까지 했던 다단계 기반의 회사였다는 것을 알게된 후 큰 그곳을 선택한 것이 큰 회의감이 되어 돌아오기 시작했다. 또한 어머니 외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동네. 친구 한 명 없는 그 동네에서의 생활이 내게 재미있을리가 없었다. 즐길 거리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조금만 앞을 내다보고 생각할 수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결정을 해버린 나는 결국 6개월 후에 다시 서울로 돌아갈 것을 결정했다. 물론 그것은 우연한 기회에 서울의 모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였기도 했지만 내가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결심이 더 큰 역할을 했다.


   청년주택, 임대주택 등의 중요한 자격 중 하나인 서울연속거주기간 등을 포기하고 내려온 것 치고는 너무 빨리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해 버렸다. 서울에서 이리저리 이사다니는 건 그래도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이건 너무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었는지 나는 여전히 후회하고 있다(하지만 비슷한 일을 2019년 말에 한 번 더 저지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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