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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11. 2018

#3

우연처럼 보여야 했던 우연

2009년 L모 레이블과 계약을 하고 공연 때문에 가끔 서울로 올라와서 우리는, 당시 우리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레이블의 선배들과 시간을 보낼 때가 있었다.


아마도 2009년 연말 L모 레이블 -  B모 레이블 연말결산 공연 후 모든 팀들이 모여 ㅎ생고기김치찌개집에서 회식 자리를 가질 때였다(그 김치찌개 집은 심지어 지금도 있다, 이런 걸 놀라워해야 하다니).


당시 우리의 대표님은,


“앞으로 우리는 아이폰 - 트위터로 간다.”


레이블의 미디어 정책을 천명하셨고, 나는 아이폰은 아니었지만 시류에 편승하려 트위터를 설치하고 트윗 유저 대열에 합류하였다(당시 음악을 하던 팀에게 트위터를 이용한 홍보는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이긴 했다).     


이날의 만남과 후회 넘치던 시간을 만들어준 것도 다 트위터의 공 아니겠는가.



그날 이후로 적어도 하루에 열 번쯤은 그녀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녀가 올리는 트윗들을 지금까지보다 더욱 유심히 살펴보는가 하면, 그 사람이 반응할 만한 내용의 트윗들을 더욱 자주 올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트윗 활동을 하면서 적어도 그 사람을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내가 한 트윗 활동들의 대부분은 그 사람의 반응을 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내가 올리는 트윗들에 대한 그녀의 반응이 시큰둥해졌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그녀는 스무 번의 트윗 당 한 번꼴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내가 올린 트윗에 반응했었다고 본다면, 단 2~3일 사이에 내가 올린 트윗들에 그녀가 모두 반갑게 반응해줄 것은 만무한 일이었는데 말야.


그날 그녀와 가진 뒤풀이 술자리 때문에 나에 대한 그녀의 반응이 시큰둥해졌다며 자책하는 마음을 가졌다가도, ‘내가 뭐라도 해보고 이러는 것도 아닌데’, 하며 감상적인 태도를 갖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날의 공연을 돌아보니, 앞으로의 음악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도 찾아왔다. 혼자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닐거라는 생각.


아무 일도 없던 토요일, 그런 고민들을 하다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일민미술관이나 서울역사박물관 전시를 보려고 집을 나섰다. 생각 없이 트위터를 열고 사람들의 트윗을 보고 있는데 그녀의 트윗, 그녀는 일민미술관에 가는 중이다.


나는 최대한 우연인 것처럼 보이려,


“엇, 저도 일민미술관 가는 중인데,”

“정말요?”

“가서 연락할게요, 괜찮으시면 만나요.”

“네, 그래요.”

 

정말 우연이었지만,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 역시.


     

근처에 왔음을 알렸고, 그녀는 2층에 있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티켓팅을 하고 1층의 전시를 돌아보았다.


‘현대미술은 어려워, 유심히 본다고 내가 뭘 알겠어?’


보는 둥 마는 둥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시간을 1층에서 보내고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했다. 셋, 둘, 하나. 그녀는 2층 전시를 보고 바깥을 바라보며 난간 옆에 서있었다.



그녀를 발견하고, 어떻게 인사를 건넬지 고민하는 사이에 그녀가 먼저 내게 인사했다.


“잘 지내셨어요?”

“네. 전시는 잘 보셨어요?”

“네. 저는 다 봤어요. 보시고 나오세요.”

“네.”


'현대미술은 어려운데,, 몇 분이나 머물러야 할까?'


사실 나로 하여금 일민미술관에 오게 만든 작가의 전시가 2층에서 진행되고 있었지만 괜시리 조급해진 마음은 그것을 유심히 살필 여유를 주지 않았다. 몇 분 간 나는 전시장 안을 이유 없이 뱅뱅 돌면서 입구 쪽을 한 번씩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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