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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Apr 02. 2022

봄의 사진

일상 기록

행복했던 아침 식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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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 올라오는 부추는 누가 아무리 귀한 걸 준다고 해도 안 바꾼디야, 지금 얼른 먹어야여~" 텃밭에 올라오는 부추를 보고 엄니는 말씀하신다.


한움큼 뽑아다가 대강 자르고 청양고추 다진 것, 마늘 조금 넣어 스크램블드 에그를 뚝딱 했다.


"이런 걸 많이 안 무쳐봐서 잘 모르겄네, 어떻게 먹어도 좋은건게 대충 먹자잉~" 엄니는 한켠에서 새콤한 향이 물씬 나는 더덕을 무치셨다.


된장국에 맛을 더한다기보다는 풍성한 식감을 제공해주는 시금치. 맛을 배가시켜주는 냉이나 달래가 없어 아쉽지만, 곧 꽃이 피어나기 전에 얼른 헤치워주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겠지만, 4월 초의 날씨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이맘때쯤 제철음식들은 맛있게 먹어주는게 내 몸에 조금이나마 덜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ㅎ (이따 저녁에는 쭈꾸미 먹을거다)


"제철음식도 제철음식이지만 이게 어디서 왔느냐가 더 중요혀~"

"알죠~ 우리집 텃밭."


______________________


엄니집에 오면 식사시간에 늘 KBS 클래식FM을 듣는다.


베토벤 Piano Concerto No.5 Eb Major Op. 73 "황제" 중 2 & 3악장(1960년 5월 14일 바티칸 공연실황)이 흘러나왔다.



콩 게시판에는 ,

"천둥소리 들었다!"

"들었어요, 천둥소리!"


이 공연 중에는 천둥소리가 녹음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실수나 우연이었지만 나중에는 이 곡의 워터마크가 될만큼 인상적인 부분이 되었나보다. 라디오헤드 Creep에 빠직 기타소리 같은. ㅎ


오랜만에  게시판을 들여다보니 대학교  희열님 라디오천국 듣던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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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맛과, 건강을 선물해준 오늘의 아침식사


“콩자야, 오늘 뭐 할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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