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
어제오늘 엄니 시골집에서 봄을 듬뿍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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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자라날 준비를 하는 앞마당, 절정으로부터 지고 있는 매화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향해가는 자목련.
소박하지만 엄니와 나의 식탁을 푸릇하게 해줄 결실을 준비하는 텃밭, 삼겹살 사오면 텃밭으로 야채 뽑으러, ㅎ 명이나물과 부추 선택!
언제나처럼 콩자와 함께한 금강변 산책 중 만난 아찔한 노을과 지는 해.
다양한 고도로 변화무쌍한 높낮이의 시선을 제공하는 황산근린공원, 팔괘정에서 내려다보는 금강,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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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가 시골집에 터전을 잡은 지 6년 째.
매해 비슷한 날씨와 시간들을 맞이하고 떠나보내지만 확실히 시간이 쌓여감을 느낀다.
날로 달라져가는 콩자 사진, 더 짙어가는 엄니의 주름과 흰 머리, 늘어가는 공구들과 잡동사니들. 이런 것 말고,
마루에 걸터앉아 샷시 밖으로 마당을 바라보면, 푸르고 노란 것들이 여기저기 자리한 앞마당 모습.
텃밭에 비료 넣고, 이랑 만들고, 뭔가가 자라고, 생명을 다한 애들 정리하고, 다음을 위해 다시 밭 고르며 느끼는 뒷마당 흙의 기운.
해마다 연중 가장 좋은 이맘때, 앞마당 흔들의자에 앉아 뒤로 젖히고 눈을 감으면 느낄 수 있는, 여러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의자에 앉은 내게 달려들어오면서 점프, 세차게 안기는 콩자의 털 감촉, 부드러움.
이런 것들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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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은 좋은 시간 그리고 내년, 내후년에도 분명히 이어질 것 같다. 한 해씩 더해가는 질감과 느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