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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Apr 14. 2022

후레쉬베리, 더블베리

일상, 기록

"후레쉬베리~ 더블베리."



내가 아홉살 때 처음 나왔던 과자의 CM송이다. 당시에는 잘 없던, 제과소에서 파는 붓세처럼 푹신푹신한 식감의 빵에 가까운 과자.


저녁에, 반찬거리를 사며 과자를 좀 사볼까 하는데 하필이면 이게 눈에 들어오지 뭐야. 참 오랜만인데, 추억을 꺼내 먹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후레쉬베리 2개 들이 한 박스를 집어들었지.


.

추억이라는 렌즈가 씌워진 채로 내 방까지 데려와서인지, 과자를 뜯고 그것을 꺼낼 때의 감정이 퍽이나 서운했어.


지금보다 손도 입도 훨씬 작을 때의 내가 그것을 주로 접해서였는지,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행복감은 아니더라도 손에 꽉 차는 느낌조차 언감생심.


어렸을 때의 내겐 손바닥과 입 안을 가득 채우는 기분 좋음이 있었는데, 아마도 몇 번의, 이를테면 '딸기 함량 증가'와 같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생색을 내며 크기를 줄이는 과정이 있었을테지.


지금 후레쉬베리 하나의 크기는 아마도 전의 0.6 ~ 0.7배 정도가 아닐까 해.



오늘 그것을 내 방으로 데려와 두 개 중에 첫 봉지를 개봉해 손바닥에 올리는 순간, 그렇게도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거야.


과자나 간식거리를 사먹는다는 건, 특히 이런 오랜 나이를 가진 과자들은, 구입하는 이에게는 그 오랜 기억과 추억도 함께 산다는 것을 조금 알아주면 좋겠다.


기억과 추억이란 것이 모두에게 다르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겐 손바닥과 입 안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오리온제과의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해.


크기가 작아져서 아쉽다는 말을 이렇게나 길게 썼네. ㅎㅎ


.


p.s.) 그리고 한 가지 의문점, 맨 위에 언급한 저 CM송을 유튜브에서 찾아봤는데, '더블베리' 부분의 음절 당 박자감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다르더라.


나는 '더어브으을베리' 와 같은 박자로 기억하고 있는데, 유튜브에서 확인한 CM송에는 '더어블베리' 이렇게 한결 간결하더라구. 


내가 언급한 전자의 느낌으로 녹음된 버전도 있었다고 믿고 싶어. 이런 거 굉장히 집착하는 편이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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