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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Apr 23. 2022

벚꽃로와 익선동

매일의기록

매일의기록

일년에 딱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하는 벚꽃로.


바람에 우수수 날리던 꽃잎들, 봄눈 되어 거리 위를 가득 수놓던 꽃잎들. 그 힘을 다해가던 모습도 벌써 이렇게 그리울 일인가 말이다.



벚꽃이 만발할 때, 꽃들 사이로 '벚꽃로' 도로명 표지판이 함께 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면 참 기분이 좋다. '여기 벚꽃이 많이 피는 곳인가봐.' 연중 보름의 기간을 제외한 다른 때에도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 상상을 하게 해주니, 도로명으로 '벚꽃로'는 더할나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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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 연대 공연과 언젠가의 광주프린지페스티벌 때 알게 된 J감독님께서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의 다큐를 만드신다며 연락을 주셨다. 자아비판인 것만 같아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어서 말씀을 나누기로 하고 감독님과 만났다, 문제적 장소 익선동에서.



돈의동 갈매기살집들은 한 움큼의 빈 곳도 없이 사람들로 빼곡했고, 2~3년 만에 가보는 익선동은 더욱 상업화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지. 적절한 감독과 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이 드라이브의 끝은 어디를 향할 것인가, 사회적 약자가 공간에서 배제되는 일은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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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 어떤 변화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도시의 변화는 사람들 개인의 이익과는 무관한 일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변화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질 뿐이다.’



책 '핀란드 디자인 산책' 속 위 문장은, 도시의 변화를 떠올렸을 때 언제고 첫 번째로 생각날만큼 가장 부러우면서도 이상적인 그림이다. 도시를, 국민 개개인을, 각종 집단을, 사회를 얼마나 신중하고 사려깊은 태도로 바라보고 소통해왔길래 사람들의 이런 인식이 가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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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현실에서 목격하는 장면은,


관광지화된 익선동에서 5~6배 올려달라는 월세를 감당못하고 쫓겨난 세탁소 이야기, 도시재생 관련 업체가 몇 억에 매입한 건물이 몇 년만에 몇십억이 되었다는 뉴스, 그리고 제발 젠트리피케이션 좀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담당 구청 공무원의 말, 도시재생 잘 해서 우리 집값 좀 확 올려달라는 주민들의 그런 말들.


아직은 이런 것들이다. 많은 시간과 제도가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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