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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Jun 30. 2022

만유인력

매일의기록

6월의 마지막 날, 계속되는 비에 몸과 마음이 축 내려앉는다.


물어보니 전주는 비도 안 오고 계속 후덥지근 덥기만 하다던데, 시원하게 비 한 번씩 오는게 낫긴 하다만 적당히..


그치만 1년에 한 차례 왔다 지나가는 장마인데 비 피해만 없다면 이 정도의 불편함 쯤이야, 누군가에겐 긴요한 시간일 수도 있으니.


.


다음 달이면 문 연지 5년이 된다던, 한받님 책방 만유인력에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방문했다..


아, 그동안 뭐했을까 하는 아쉽고 죄송한 마음은 한받님의 온화한 웃음에 상쇄되었지만, 까마득한 첫 인연으로부터 지금까지 내가 잘 해내지 못한 것들이 계속 스쳤다.


언제나 늘 그 자리에 계시는 듯 했다. 결국 저의 필요에 의해서, 이렇게나 늦게 방문하게 되었네요.



아현역에서 마포 3번 마을버스를 타니 책방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었다. 신일약국 버스정류장에서. 일대에는 동네의 오래된 '생활가게'들이 많았다. 슈퍼, 방앗간, 식당, 미용실 등등. 그리고 근방의 서울역 일대처럼 건물 1층에는 작은 봉제공장들이 있었다. (신일약국 바로 전 버스정류장 돼지슈퍼는 영화 기생충 촬영지라고..)


버스정류장에서 책방 반대방향으로는 고개만 돌리면 바로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손기정로12길은 정확하게 그 경계를 가르고 있었고,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은 그 근처 아현동과 만리동의 경계 어디쯤.


책방에는 '사라진 만리동 주민들을 찾아서'란 책이 있었다(비매품). 2015년 봄 한받님 포함 만리동예술인주택에 입주한 예술가들은 만리동에 오니 막상 만리동이 없음을 느꼈다고.


거대한 재개발 공사판을 내려다보며 예술가들은, 원래 그곳에 있었을 집들과 사람들을 상상했고 사라진 만리동 주민들을 찾아 그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홍대앞을 누볐던 구루부구루마의 만리동 버전을 뜻하는 '구루부구루마 시즌2 프로젝트팀' 이라 이름지었고, 만들어진 곡들 중 소히님의 '만리동 신일약국'은 후에 자신의 정규앨범 타이틀곡이 되기도 했다.



아현동, 북아현동, 만리동. 이름만 들어봤지 사실 잘 모르는 이들이 많은 동네다. 나도 이쪽으로는 처음 와봤으니. 큰 길로 내려와 저~~ 멀리서도 잘 보이는 종근당 건물과 구세군빌딩을 오른편에 두고 육교를 건넜다.


472번 타고 신촌을 향하는데, 처음 서울에 올라와 가구 알아본다고 엄니랑 아현동 가구거리에 와본 기억도 나고, 지금은 철거된 아현고가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도 있고.


지금은 다 아파트단지가 되버린, 한받님과 권형씨도 함께 했던 북아현동 철거민들을 위한 바자회 공연에 대한 기억도. 잊고 있던 것들이 많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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