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werzdx Jul 08. 2022

김목인, 저장된 풍경

매일의기록

언니네이발관이 새 음반을 발매하지 않게 되면서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들을 재미가 많이 없어진 채로 살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김목인님의 음악을 가까이하며 그런 어려움을 많이 해소하고 있다.


이번 앨범 노래들도 잘 듣고 있다. 주문한 CD를 받았는데, CD를 플레이할 수 있는 기기가 없어 아직은 유튜브에 올려진 파일로 듣고 있지만. ㅎㅎ


어제, 늦여름 끝나가는 휴가철 쇠락한 동네의 해수욕장과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망원한강공원을 산책하면서, 내내 '겨울, 창문'과 '전시장에서' 두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예전 그의 노래 '꿈의 가로수길'을 들으면서 느꼈던 그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노래를 들으면서 수채화처럼 머릿속에 장면과 이야기가 그려지도록 해준다는 거였다.


그의 노래 속 이야기에서 나는 마치 그 장면을 잠깐의 시간 동안 지켜볼 수 있는 행인이거나, 이야기 속 주인공이 식사를 하러온 식당의 주인 정도의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적절하게 관조하면서 궁금한 건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내게 뭔가를 물어보거나 요구할 수도 있을 것 같고. ㅎㅎ


.


위에서 말한,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되는 두 곡에 대해 그는 스스로 이런 설명을 붙여놓았다.


겨울, 창문 :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감각을 표현한 곡. 그건 기이하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하다.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옛 재즈 스탠더드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


전시장에서 : 잠시 조명을 끄는 어느 전시 프로그램에서 떠올린 곡이다. 암전 속에서 다시 자연을 보게 될 때처럼 삶을 경이롭게 들려주는 노래를 쓰고 싶었다. 정신적 두려움으로 삶이 위축된 이들을 생각하며 쓴 곡.


작가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그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고 느낀다. 몹시 부러운.



그것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어떤 음악이나 영화 등에 대해 가볍게 소개할 때가 있다.


나는 이 노래들을 처음 접할 어떤 이에게 '높낮이가 적고 평평한 느낌이지만, 노랫말이 좋고 재미있으며 듣다보면 참 좋아지는 음악'이라고 말해줬는데, 음. ㅎㅎ


이런 설명을 해야할 때 가끔 어렵기도 하지만 그대로 재미있다. 이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이에게- 라면 더더욱. :-)




https://www.youtube.com/watch?v=CCM1JmJpaEU&list=OLAK5uy_leri2MQY4VNvvLr3YS1VbObFZavosEoVg&index=10

작가의 이전글 늦어버린 여름 어딘가의 바닷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