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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Jul 07. 2022

늦어버린 여름 어딘가의 바닷가

매일의기록

망원나들목 쪽 한강공원. 날씨가 안 좋아 영 사람도 없고 분위기가 왠지 을씨년.. 하지만 왠지 낯설지 않고, 싫지도 않은 그런 분위기 있잖아요. 우리들 잘 아는 그런.. ㅎㅎ


왠지 영화 속 한 장면 같아 이야기 회로를 돌려봤어요.


.


늦어버린 여름 어딘가의 바닷가.


쇠락한 동네의 해수욕장에 모처럼 오래된 세 가족이 모였다. 한 시절을 마감하려 하는 이름뿐인 해수욕장에 드문 활기가 느껴지고.



실패를 거듭하다 모처럼 사업이 성공, 요즘 올라간 어깨가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이는 큰 형은 연신 부모님들 앞에서 쉬지 않고 지난날의 죄송함과 앞으로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3년 전 장편영화로 입봉했지만 여전히 나아지질 않는 생활과, 3년 전의 명성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막내는 말이 없이 그저 형을 축하한다는 듯한 표정만을 보내고 있다.


.


해수욕장을 뒤로 하고 고급횟집에서 세 가족은 어색하게 저녁을 먹었다. 그런 곳에 가는 것도, 돈을 쓰는 것도 왠지 어색해보이는 모두의 모습은 왠지 그 바닷가와 퍽 닮아있었다.


횟집에서도, 돌아온 집에서도 큰 형 말고 다른 이들은 말이 별로 없다. 큰 형의 가족들도.



해갸 지고 어수룩한 밤빛이 동네에, 마을에 내려앚았다. 오후동안 설레는 말투와 표정, 눈빛을 하던 큰 형은 건조한 표정을 하고 담배를 입에 문채 대문 밖으로 나갔고,



그곳에는 어떤 비보를 접한듯한 막내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고 있었다.



.


망원초록길을 벗어나면 늘 다시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 드는데-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처럼, 매일 같은 사람들이 손님으로 앉아있는 듯한, 망원초록길에서 집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빈대떡집엔,


오늘도 왠지 어제와 그제 있었던 것 같은 사람들이 손님으로 앉아있었고, 아이파크 앞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받고 동교로로 진입해서 만나게 되는 하모니마트 앞 횡단보도를 10미터 쯤 앞에 두고 나는 이번에도,


몸에 땀을 내서 이번 보행신호에 건널까, 횡단보도 앞에 머물러 애매하게 다음 신호를 기다릴까, 잠깐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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