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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Oct 22. 2020

다섯 번의 계절을 보내고

이사일기(2010-2020) - 3. 용강동 (2011.04)

이번에는 용강동으로


   이사할 때마다 조금씩, 아니 훨씬 더 나은 곳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옮겼지만 살다보면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또 다음 집으로 이사한다. 망원동 집에서 염리동 집으로 이사하면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 같은 이 사이클을 우린 한 차례 더 작동시켰다.


   이번에는 용강동으로!


   2010년 2월 서울에 올라와서 1년 하고 2개월이 지났다. 다섯 번의 계절을 보내고 우리 손과 마음 속엔 어떤 나이테가 새겨졌을까. 기본권 중 하나라는 주거에 대해 좋지 못한 기억을 안고 벌써 세 번째 집으로 향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분명히 성장했을 거라고 믿으면서 짐을 싸고 용달 아저씨에게 다음 행선지를 말해주었다.


   서울살이 세 번째 집인 용강동의 그 곳은 걸어서 5분이면 한강으로 나가는 출구가 있을 정도로 10년 동안 내가 거주했던 서울의 집들 중 한강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었다.


   (아마도) 강변북로를 달리는 차들의 소음을 막기 위해 강변북로와 우리 집 앞 길 사이에는 높은 펜스가 둘러져 있었다. 집을 보러 가기 전에 ‘2층집이라던데 혹시 집 창문을 통해 한강을 볼 수 있는 건가?’ 하는 참으로 순수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저렴한 돈으로 집에서 한강뷰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 그때도 지금도 아직 서울에 있긴 하다. 그 장점 하나 말고는 모든 것이 단점일 보광동의 옥탑방 정도?)



지금이 몇 시인데 매미가?


   각설하고, 이번에는 옥탑도, 반지하 같은 1층도 아닌 2층이었다. 보증금 500에 월세 30, 방 두 개. 임대료는 전과 비슷했지만 객관적인 집의 조건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좁아서 냉장고를 비롯해 무거운 짐을 옮기는데 꽤 애를 먹었지만 그럭저럭 다른 것들은 괜찮았다.


   이번에도 우린 이사를 마치고 밤에 맥주 한 캔씩 땄다.
 

   ‘이번에는 정말 음반작업에 매진해서 성공해보자, 우리가 서울에 올라온 이유를 다시 되새겨보자,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꼭 잘 해보자.’


   동거인을 그의 방으로 보내고, 방 창문을 열어 한강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집 앞의 길과 강변북로 사이에 심어진 나무들과 은은한 조명을 만들어주던 가로등은 길과 길 사이를 막아선 높은 펜스의 삭막한 느낌을 한껏 상쇄해 주었고, 어디선가 조용하게 시작된 매미우는 소리는 천천히 창가로 다가왔다.


   ‘지금이 몇 시인데 매미가?’


   너무 밝은 서울의 밤이, 매미들에게 낮과 밤을 구분할 분별력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생활에 치여서, 가끔은 취해서 우리에게 중요한 그것을 잊지 않도록 더 굳건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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