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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Oct 28. 2020

이가 흔들리는 꿈

이사일기(2010-2020) - 4. 불광동 (2012.02)

서울의 북서쪽 끝, 연신내로


   용강동 집에서 서울생활의 최악을 경험하고 출혈을 감수, 다음 집으로 이사했다. 동거인 멤버와 흩어지게 되면서 이제 함께 연습도, 공연도 뜸해질 것이 분명했다. 나도 더 이상 홍대 근처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많이 사라졌고, 이젠 가진 돈으로 마포구에서 살만한 집을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기도 했고.


   서울 올라와서 2년 동안 마포구에만 거주했는데, 마포구 밖의 지역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해 구하게 된 집은 은평구 연신내역과 구파발역 사이의 원룸이었다. 은평구는 내가 처음 다니던 직장이 있던 곳이다. 왠지 모를 친근함과 좋은 집 컨디션에 이끌려 이사를 결정했다.


   이전에 살던 곳과 월세는 비슷했는데 보증금이 두 배가 되었다. 두 명이 부담하던 금액을 내가 혼자 부담하게 되었으니 부담은 곱절의 곱절이 된 셈. 집다운 집에 살게 되면서 감당해야 할 부담의 무게는 참 컸다.


   이사하는 날은 동거인이 함께 해주었다. 그는 새로 구한 집에 자신의 짐을 부치고, 나의 짐을 나의 새로운 집까지 함께 날라주기도 하였다. 이사를 마치고, 2년 동안 세 곳의 집에서 함께 살았던 그와 짜장 두 개 + 탕수육 세트로 우리의 마지막 의식을 치렀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서울생활의 첫 번째 막이 걷히고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그와 인사를 고했다. 그리고 조금씩 집을 정리했다. 나는 새로운 집의 환경에 무척 만족해하며 당시 건대에서 기타레슨 해주던 이들과 함께 집들이도 했고, 어머니도 올라오셔서 집을 보시곤 만족해하시는 모습에 한시름 놓기도 했다.


   물론 당시 C대학교 청년사업단이라는 곳에서 아이들의 시간을 멘토링해주는 일과 주말엔 통기타 방과후학교 선생님을 하던 나의 불확실한 상황에는 몹시 못마땅해하시고 걱정이 많으셨지만, 나의 건강과 안녕만을 바라셨음에는 틀림없었다. 마음과 말을 통해 전해지던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기분 나쁜 꿈


   보잘 것 없던 나의 돈벌이 그리고 여분의 시간들을 나는 나름대로 알차게 보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던 내게 이사하고 일주일여 지난 후부터 기분 나쁜 꿈이 연달아 지속되었는데.


   누군가가 자꾸 내 앞니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이가 빠질 듯이 괴로운 상황이 연거푸 계속되었다. 이는 빠질 듯 하다 빠지지 않고 얼얼한 상태가 되다가, 다시금 누군가가 잡고 흔드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너무나도 괴로운 상황이 몇 차례 지속되다가 잠에서 깼다.


   꿈이었는데, 깨어난 상태의 내 앞니를 손가락으로 만져보면 분명히 누가 잡고 흔들었을만큼 얼얼하고 아프다. 내 꿈과 현실이 연동되었다. 그럴리 없다고 생각할 수 없을만큼 아팠다. 2주 동안 세 차례나 그런 꿈을 꾸었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일에 나는 너무 괴로웠다.


   어떤 징조 혹은 징후인지 친구들에게 묻고, 인터넷에서도 알아보았다. 여러 가지 이유들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불안한 자신의 상태’로 인한 것이었다. 몇 개월 뒤의 생활을 자신할 수 없는 자금 상태, 불안한 직업, 원하는 것을 하기 힘든 상황 등 나를 불안하게 만들 요소들은 차고도 넘쳤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내가 몇 번을 말했냐? 네가 그런 준비를 제대로 해본 적 있어?”


   애써 나를 부정하려 했지만 어머니의 말씀은 완벽하게 맞는 것이었다.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이사해서 집이 안정되니 이제 다른 요인들이 나를 어렵게 했다. 아니 그것은 처음부터 예정된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꿈속에서 다시 이가 흔들렸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3월 초, 현실을 도피하여 어딘가로 향하는 모양새로 나는 3박4일 제주도행 티켓을 끊었다.



*사진 : 2012년 2월 이사 후 동거인과 내가 먹었던 짜장 두개 + 탕수육 세트. 보통 중국집의 세트메뉴 1번 혹은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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