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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27. 2020

점점 혼자가 되었다

이사일기(2010-2020) - 7. 성산동 (2014.08)

개인주의가 적합한 사람


   이전 글들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곳에 살면서 먹는 문제도 해결되고, 귀가 후에도 늘 혼자였던 적적함도 사라졌고, 많은 부분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하나씩 불편하고 어려운 점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니, 갈 수록 나 스스로가 쉐어하우스나 공동주택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나누는 것에 익숙하고, 모든 일을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느낀 건 나는 누구보다 개인주의적인 사람이었다는 것.


   서울생활 6년차, 회사에서 점심 먹을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혼자서 밥을 먹었고(회사에서도 가끔 혼자 나가서 먹곤 했다), 생활 자체를 혼자 하다보니(친구도 별로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거의 안 만났다) 그런 성향이 더 짙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밴드 활동을 할 때는 클럽 공연 할 때마다 동료 음악가들도 많이 만나고, 회사 이외에 '레이블'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고, 자주 만나지 않아도 전체적인 마음과 뜻의 방향이 비슷한 음악 친구 겸 동료들이 많았는데, 더이상 그럴 일이 없어졌다는 것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고.


   회사에서도 가끔 쓸데 없이 우울해보이고,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점심시간에 나가서 주위를 돌아다니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사먹던 날들이 있었을만큼 여러모로 불완전하고 조금 어려운 시절이기도 했나보다.



어려움을 채우기보다는 더욱 더..


   그런 어려움들을 쉐어하우스에서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며 채우기 보다는, 집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충분한 이들이 있었음에도. 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나봐.


   음식도 해서 같이 나누고, 먹을 걸 사와서 함께 먹는 그런 행동도 나는 잘 하지 못했다. 분식집에 들러 내 몫의 음식을 포장해와서, 누군가의 시선에 들키지 않으려 애쓰고, 현관을 통과하자마자 빠르게 나의 방으로 들어가곤 했던 시간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난 그 때 왜 그랬는지. 지금, 다시, 쉐어하우스 생활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자신 없다. 다시 그 때처럼 반복될 것 같다. 혼자 살고 있는 지금이 편하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이뤘고, 하고 있는 것들을 나는 거의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냥 지금이 평온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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