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량의 독은 약
고릴라도 아프면 약을 찾아 먹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물론 고릴라가 약국에 가지는 않습니다. 대신 약초를 찾아 먹는 고릴라는 볼 수 있죠. 고릴라는 26~36가지의 식물들을 약으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증상에 따라 서로 다르게 처방하기까지 할 정도로 해박하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고릴라 약사”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고릴라 약사가 사용하는 약초들 사이에는 신기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약초들 모두 독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아픈 몸에다 독을 집어넣다니! 이거 완전히 돌팔이 약사 아닌가요? 그러나 고릴라 약사는 말합니다. “적정량의 독은 약”이라고 말이죠.
고릴라 약사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독은 약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적정량의 독은 몸의 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활발해진 대사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은 병을 이겨내게 됩니다. ‘투구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극에서 죄인이 사약을 마시고 죽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투구꽃은 바로 그 사약을 만드는 재료입니다. 그만큼 무서운 독을 가진 식물이지요. 그러나 투구꽃은 독약인 동시에 매우 효과적인 약재이기도 합니다. 독의 농도만 잘 조절한다면 중풍을 치료하는 고마운 약이 됩니다.
혹시 어딘가 아프신가요? 병들었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누구나 조금씩은 병적인 면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죠. 우울함에 몸이 축 처질 때도 있고, 불안함에 마비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끔은 외로움에 몸이 으슬으슬 떨립니다. 또는 분노로 온몸에 고열이 나기도 합니다. 저는 모든 아픈 사람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고릴라 약사의 지혜를 삶에 직접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스로 독을 찾아 먹어 보는 겁니다.
독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 몸에 해가 되는 것, 그래서 우리 몸이 반응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는 해롭습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반응하죠. 즉 스트레스는 일종의 독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적정량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약이 된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힘들고 아플 때, 역설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잠깐 저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일입니다.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같은 고통스러운 질문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게다가 저는 “나는 아무 가치도 없는 쓰레기야”와 같은 대답들로 스스로를 고문했습니다. 낮에는 휴대폰만 보았고 밤에는 음식을 마구 집어넣었습니다. 도저히 인생을 살아갈 힘이 나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자의식이 괴롭기만 했습니다.
결국 저는 약을 처방하기로 했습니다. 닥치는 대로 알바에 지원했습니다. 참고로 돈이 부족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저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로 했던 것이죠. 알바 면접은 스트레스였습니다.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도 스트레스였습니다. 자유시간을 희생하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알바는 일종의 독이었습니다.
그러나 적정량의 독은 정말로 약이 되었습니다. 더는 고통스러운 질문과 대답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바쁜 생활 속 저의 자의식은 안정되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갈 힘이 솟아났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힘을 보충할 휴식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대사를 활성화해줄 적정량의 독이 필요했던 것이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스트레스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독에 우리 몸은 적극적으로 반응하죠. 새로운 힘이 분출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플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하곤 합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운동을 배웁니다. 이렇듯 독을 약으로 처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며 효과가 좋은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운동도 일종의 독입니다. 일시적으로 몸에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지요. 운동을 하면 몸에는 활성산소가 많아지게 됩니다. 활성산소란 불안정한 산소로, 세포를 파괴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취미인 녀석입니다. 노화의 주범이라고 불리는 나쁜 독입니다. 그러나 운동을 통해 발생한 활성산소와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바로 강해지라는 신호를 말이죠. 그래서 운동 직후에 비타민 C 보충제와 같은 항산화제 섭취는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항산화제는 활성산소를 없애기 때문이죠. 강해지라는 신호가 차단됩니다. 일부러 독을 먹었는데 바로 해독제를 먹으면 안 되겠죠?
만일 우울하신 분이 계신다면 운동을 강력히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울한 사람은 세로토닌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세로토닌은 자신감과 행복감을 만들어주는 호르몬입니다. 한 우울증 관련 연구는 사람들에게 일주일에 3번 운동을 시켜보았습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주 3회 운동이 우울증에 사용하는 그 어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보다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하는 게 좋을까요? 운동에는 기본적으로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이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걷기, 달리기와 같이 적절한 호흡과 함께하는 운동입니다. 유산소 운동은 새로운 뇌세포를 생성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유산소 운동은 해마라는 뇌 부위를 크게 만들어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해마는 우리를 침착하게 만들어주는 기관이라고 알려져 있죠.
무산소 운동은 전력 질주나,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고강도 운동을 의미합니다. 무산소 운동은 미토콘드리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입니다. 즉 힘이 솟는다는 얘기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무산소 운동은 근육을 증가십니다. 근육은 당뇨병과 디스크를 포함한 온갖 질병을 예방합니다. 무엇보다 탄탄한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은 만병통치약이죠. 힘이 없거나 불안하시다면, 또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어있다면 무산소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당신을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바꾸어줄 것입니다.
추위를 잘 타시나요 아니면 더위를 잘 타시나요? 저는 추운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대신 더운 것은 잘 견디는 편이죠. 우리 몸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뜨거운 것이나 차가운 것을 만나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체온이 너무 올라가거나 낮아지지 않도록 활발하게 반응하죠. 온도 스트레스를 주는 대표적인 방법인 사우나와 찬물 샤워를 소개합니다.
실험자들을 온도가 80도 정도 되는 사우나에서 최대한 버티도록 한 연구가 있습니다. 그 연구에 따르면 사우나 후에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무려 3배가 상승했다고 합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은 집중력을 만드는 호르몬입니다. 혹시 집중을 못 해서 곤란하신가요? 산만한 정신 때문에 고통받고 있으신가요? 사우나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러시아에는 주현절이라는 큰 명절이 있습니다. 이날에 러시아 사람들은 얼어붙은 호수에 구멍을 뚫고 뛰어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온에 노출되었을 때 역시 노르에피네프린이 5배가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의 오랜 지혜였던 것이지요. 심지어 핀란드 사람들은 사우나를 한 직후에 찬물에 뛰어드는 문화가 있습니다. 저도 핀란드 여행 중에 직접 경험해본 적이 있는데요. 그 후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되었습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집중력 향상에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후 회복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나요? 누군가와 이별하셨나요? 매일 아침 찬물 사워라는 독을 처방해 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 송강호 씨의 유명한 대사입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밥을 굶고 다니는 것을 측은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분명 밥을 굶는 일은 위험한 일입니다. 과거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만연했으니까요. 먹지 못하면 에너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몸은 비상사태가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요. 즉 금식도 일종의 독으로 적정량은 약이 될 수 있죠. 이번에는 간헐적 단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과거와 달리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인 오늘날 꼭 필요한 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활력을 증진하는 방법으로 최근 급속히 알려졌습니다. 공복을 12시간~18시간 유지해보세요. 가능하다면 24시간 금식도 추천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몸에 힘이 빠지고 머리는 어지러워질 것 같다고요? 사실은 정반대 일이 일어납니다. 의사결정 과정이 개선되고 오히려 머리가 맑아집니다.
아주 먼 옛날, 수렵채집을 하던 조상님들을 상상해봅시다. 여기 사냥에 실패해서 온종일 쫄쫄 굶은 조상님이 있습니다. 만일 그가 비틀거리고 어지러워했다면 다음날 다시 사냥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절대 아니죠. 만일 조금 굶었다고 이런 문제가 생겼다면 인류는 진작에 멸종되었을 것입니다.
굶은 조상님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훨씬 예리하게 움직였습니다. 몸은 비상사태임을 깨닫고 생존을 위해 각성하게 됩니다. 배부를 때보다 머리는 맑아지고 몸은 가벼워집니다. 가끔 인생의 거대한 파도에 압도당한 느낌이 들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 때, 그럴 때 저는 밥을 굶곤 합니다. 상황을 명확하게 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죠.
그런데 먹은 것도 없는 몸이 어떻게 각성을 하는 걸까요? 장작 없이 어떻게 불을 피울까요? 장작이 없으면 쓰레기라도 태워야 합니다. 몸 안에 있는 쓰레기들이 타 없어지게 됩니다. 이는 ‘자가포식’이라고 불립니다. 늙은 세포들을 폐기하고 재활용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야말로 늙지 않는 방법이라고 불려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술에 대해 잠깐 얘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종종 술을 마시고, 또 좋아합니다. 특히 음식과 함께 먹으면 궁합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분이 좋아지죠.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바로 에탄올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그런데 에탄올은 사실 신경독소입니다. 절대 많이 먹어서는 안 되죠. 그러나 적정량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습니다. 기분을 개선하고 혈액순환을 포함한 몸의 신진대사를 증가시킵니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전반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는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술에겐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적정량을 먹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남성은 최대 두 잔, 여자는 한 잔이 적정량이라고 합니다. 제 기준에서 너무 한탄스러운 양이죠. 기분 좋은 취기가 사라질까, 술을 계속 먹게 됩니다. 그러므로 술을 일반적인 약으로 처방하기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술을 한 두잔 즐기는 것은 분명 약이 될 것입니다. 대신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다른 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이 약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적정량”의 독이 약이 되는 것입니다.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한다든지, 너무 오래 단식하는 행위는 우리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습니다. 아프지 않으려다 죽어버리면 안 되겠죠? 물론 그것도 아프지 않은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그러나 그건 고릴라도 안 하는 멍청한 과다복용입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양부터 시작해 봅시다.
지금까지 아플 때 처방할 수 있는 독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당신은 어디가 아픈가요? 의사가 된 것처럼 당신의 상태를 한 문장으로 진단해 보세요. “나는 미래가 막막해서 불안하다” “나는 외로워서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그다음 당신만의 독을 선택해 보세요. “운동을 시작해 볼까?” “찬물 샤워를 해볼까?” 우리 함께 적정량의 스트레스로 병을 치료해 봅시다. 더 나아가 적정량의 독은 약이 아니라 강화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감기에서 회복하면 면역력이 더 강해지듯이, 근육을 손상시키면 더 큰 근육으로 회복되듯이요. 당신이 슈퍼 휴먼이 되는 그날까지, 고릴라 약사가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독을 먹을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