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이야기 2

환율을 예측할 수 있을까?

by 최혁재

<환율 이야기 1> 글에서는 환율이 무엇이고 수준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봤다. 이번 번째 환율 이야기의 주제는 환율 예측이다. 환율을 예측할 수 있을까?


나는 그 누구의 환율 전망도 믿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애널리스트로서 전망을 낼 때도 내 예측을 나 스스로 믿을 수 없었다(그만둔 이유 중 하나다). 환율 전망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환율은 비율, 즉 상대적 개념이다, 그리고 2) 환율은 주식이나 채권처럼 예상되는 미래 현금흐름이 없다(주식은 배당을 주고 채권은 이자를 준다). 더 자세히 알아보자.


1) 환율은 상대 가격이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란 건 1 달러를 1200원에 사고팔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 원/달러 환율을 예측한다는 건 미화 1달러의 가치 등락을 가늠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아니다. 달러의 가치도 변하지만 원화의 가치도 변한다. 세상에는 달러와 원화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외부적 충격에 의해 원화의 가치가 다른 통화들 대비 일제히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달러 가치가 고정돼 있다고 가정하면, 이런 충격에 의한 원화 가치의 등락이 원/달러 환율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달러 자체의 가치도 계속 변한다. 이래서 환율은 복잡하게 생각하려면 한 없이 머리가 아파지는데, 쉽게 말해 분모와 분자에 있는 두 통화가치가 각기 다른 요인에 의해 동시에 변하기 때문에 그 상대적 비율인 환율의 변동성은 더 크다는 말이다. 정말 원/달러 환율을 예측하고 싶다면, 원화가치를 결정하는 대내 요소들 뿐만 아니라 달러 가치를 결정하는 대외 요소들까지 같이 파고들어야 한다. 하나만 예측하는 것도 어려운데 둘을 예측해야 하니 더 어려운 것이다.


2) 환율(통화)은 고정된 또는 예상 가능한 미래 현금흐름이 없다

금융에서 자산 가치평가(valuation)의 기본은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것이다. 채권은 이자라는 미래 현금흐름이 확정돼 있으므로 가치 평가하기 가장 쉬운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만기에 1년마다 100만 원의 쿠폰을 주는 채권이 있다고 하자. 만기에 돌려받는 원금은 1억이다. 그렇다면 이 채권의 현재 가치(혹은 가격)는 100만 원 x 10회 + 1억 원 = 1.1억 원일까? 이런 계산으로 저 채권을 1.1억 원에 산다면, 그건 채권 발행자에게 1억 원을 10년 동안 무상으로 빌려주는 것과 (거의) 같다. 돈의 시간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 오늘의 1.1억은 10년 뒤의 1.1억보다 훨씬 가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년 뒤에 받을 돈은 지금 같은 액수의 돈보다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할인'을 해서 눈높이를 맞춘다. 이 할인율을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 저 채권의 현재가치가 계산된다. 당연히 1.1억 보다는 싼 가격에 사야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 가치평가도 이런 식으로 한다. 그런데 통화가치는 이게 안 통한다. 달러를 사 들고 있는다고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할인할 미래 현금흐름이 없다(은행에 예금해서 이자를 받을 수는 있지만, 이건 별도의 투자 행위이지 통화 자체가 금융자산으로서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은 아니다). 지금 비싼지 싼 지 가치 평가 자체가 어려우니 당연히 미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도 어렵다.



개인적으로 미래 환율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원/달러 환율이 싼 지 비싼지는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 싼 게 오르고 비싼 게 내려갈지 모를 뿐이다(이걸 안다고 주장하거나 믿는 게 환율 전망이다). 경험상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한국과 미국 간 1) 금리 차이, 2) 인플레이션 차이, 3) 교역조건이다. 단기적으로는 위험자산 선호심리(패닉)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다. 다음 <환율 이야기 3>에서는 이런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지금 1200원을 웃돌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싼 지 비싼지 분석해보자.



커버 이미지: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개근, 그런 거 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