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매일한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혁재 Mar 17. 2020

매일 8시간 자는 습관

왜 우리는 잠을 잘까

매일 8시간 +/- 30분 잠자는 생활을 해 온지 1년 반이 지났다. 올해 1월부터는 딸아이가 태어난 탓에 흐름이 많이 깨졌지만, 그래도 나눠 자더라도 8시간은 꼭 수면하는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나이와 시기, 직장에 따라 내 수면 시간은 계속 바뀌어왔다.


중학교까지는 잠을 줄여가며 공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충분히 잤다. 시간을 따로 재어보지 않아서 정확하지 않지만, 나는 밤늦게 노는 걸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졸리면 자는 패턴을 유지했다. 평균적으로 8-9시간 잤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등교 시간도 빠르고 야간 자율학습이니 뭐니 수능 공부 압박이 있어서 잠을 어느 정도는 희생해야 했다. 그래도 난 새벽까지 공부하면 효율이 너무 안 나는 스타일이라 친구들처럼 늦게까지 공부하진 않았다. 가장 열심히 할 때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만 새벽 1시에 잤던 것 같고, 보통은 11시 반에 잤다. 보통 6시 반까지 잤으니 7시간 정도 잤나 보다. 살면서 처음으로 이때부터 만성 수면 부족이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다시 별로 공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자고 싶은 만큼 잤다. 남들은 술 마시고 게임하고 노느라 새벽 1-2시에 자는 게 보통인 것 같았지만, 내 성향은 대학 가서도 똑같았다. 보통 밤 11시면 잤고, 진짜 웬만하면 12시는 안 넘기는 게 나름의 철칙이었다. 야식을 먹더라도 10시 정도에 먹고 얼른 잠을 청했다. 기숙사에 살았기 때문에 통학시간이 5분이었다.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으므로 매일 8시간씩은 푹 잤다. 다시 한번 수면시간이 충분한 삶을 산 시기였다.


군대에서는 이게 깨졌다. 우선 자유가 없으니 규칙대로 6시에 기상할 수밖에 없었다. 규정대로 밤 10시에 취침한다면 총 8시간을 매일 잘 수 있는 환경이었다. 원래 나라면 땡큐라고 생각하고 잠이 충만한 2년을 보냈을 텐데, 군대에서는 잠자는 게 뭔가 굉장한 사치처럼 느껴졌다. 깨어있는 동안에도 내 맘대로 공부나 독서를 할 수 없었고, 그나마 있는 자유시간은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데 모두 썼기 때문에, 밤 10시에 잔다면 하루 종일 생산적인 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하루를 끝내는 것이었다. 이게 너무 죄책감이 들고 싫었다. 이대로 2년을 산다면 내 황금 같은 20대 시절 2년을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연등'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서 독서를 하고 공부를 했다. 12시부터 6시까지 딱 6시간만 자는 잠이 부족한 생활을 그렇게 2년 동안 했다.


그런데 재대해서도 수면부족 생활은 이어졌다. 증권사에 취업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내 평생 최초로 매일 평균 6시간 미만으로 자는 생활을 2년 간 하게 됐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는데, 출근시간이 6시 반이었다. 그때 일어나는 게 아니라 회사 도착시간이 그랬다. 퇴근은 보통 8시에서 10시 사이였다. 그렇게 14-16시간 동안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잠시 여자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책을 보거나 회식을 하고 나면 5시간 반 이상 잘 사치를 부릴 여유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때 증권사 생활이 너무 재밌었다는 점이다. 재미없었다면 이렇게 잠이 부족하게 2년 씩이나 살지 못했을 거다. 재미있다고 몸이 안 힘든 건 아니었다. 이때 피부도 정말 말이 아니었고, 허리도 아팠고, 눈 충혈도 달고 살았다. 잠이 부족했으니 일상 속 사고가 샤프하지도 않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도 100% 온전히 그 자리에 존재하지 못했다. 이제 다시는 이 시기처럼 살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20대도 아니어서 체력도 달릴뿐더러 사고방식도 많이 변해서, 건강과 여유를 희생하는 무조건적인 성장 추구보다는 지속 가능하고 여유 있는 삶을 더 추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잠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꿔 놓은 건 Mathew Walker의 <Why We Sleep>이라는 책 한 권이었다. 2019년에 읽은 책 중에 Hans Rosling의 <Factfulness> 다음으로 인상 깊은 책이었다. 저자인 Mathew Walker는 UC버클리에서 뇌과학/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수면 전문가다. 그가 수면이 뇌 활동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쓴 연구 논문 만도 100건이 넘는다. 책 내용이 방대하고 길어 한 두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긴 하지만, 우선 내가 지금까지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 아침형 인간이냐 아니냐도 유전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 부모 중 한 명이 부엉이 체질이라면 당신도 그럴 확률이 높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성실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그저 원래 아침잠이 유전적으로 적은 사람일 수 있다.

- 시차 적응은 하루에 한 시간씩 된다. 13시간 시차가 있는 곳으로 출장을 갔다면, 실제로 몸(주로 뇌 기능)이 완전히 시차에 적응하는 데 13일이 걸린다는 말이다. 나이가 들 수록 적응력은 떨어진다.

- 카페인의 반감기는 5-7시간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이 시간은 늘어난다. 즉, 보통 커피를 마신 후 체내 카페인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 5-7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카페인은 숙면을 방해하므로, 밤 10시에 자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오후 3시 이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또는 디카페인을 마신다). 물론 더 일찍 안 마실 수록 숙면에 좋다.

- 모든 동물은 잠을 잔다. 예외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 수면은 대출도 저축도 안 된다. 오늘 못 잔 잠을 내일 몰아서 잔다는 꾀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늘 많이 자고 내일 덜 자겠다는 전략도 마찬가지다.

- REM 수면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REM 수면 시간이 길다. 술은 REM 수면을 방해한다.

- 나이에 따라 인간의 수면 사이클은 변한다. 십 대 아이들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건 자연의 순리다. 이때 아이들이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 건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 숙면은 기억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잘 자야 학습도 잘할 수 있다.

- 낮잠은 건강과 뇌 기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낮잠이 밤잠을 보충하거나 대체할 수는 없다. 밤잠은 밤잠이고 낮잠은 낮잠이다. 밤잠은 남녀노소 7-8시간 자야 한다.

- 수면부족이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The shorter you sleep, the shorter your life."(p. 164)

- 꿈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감정의 치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은 확실히다.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 꿈을 꾸는 건, 트라우마 치유에 효과적이다.


7-8시간 수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여전히 "난 할 일이 너무 많아. 6시간만 자도 충분해"라고 믿는 분이 있다면 <Why We Sleep>, 번역본은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일독을 권한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잠을 줄여야만 하는 바쁜 분이라면, 잠을 줄이지 말고 차라리 여기서 책 핵심 요약 영상을 보길 추천한다. (저자도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자기 책을 읽지는 않기를 바란다"라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Vita Vilcina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내 단점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