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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Jun 10. 2020

그거 정말 좋은 질문이야

Autodesk 근무 2주 차,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That’s a great question!


미국인들이 평소 정말 많이 하는 말이다. 질문이 실제 얼마나 대단한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워낙 아무 때나 남발하는 말이어서 그냥 대답을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한 무의미한 추임새 아닌가 싶다. 그래도 질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칭찬을 듣는 것이므로 나쁠 거 없다. 비록 크게 의미 없는 말이라고 해도 문화적으로 질문하는 행위를 장려해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표현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듣는 말이다.

Do you have any questions?


여기 사람들은 정말 많은 질문을 하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막 근무를 시작한 나 같은 초입에게도 어떤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대신 먼저 질문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중점으로 정보를 선별해 전달해 주는 식으로 양방향 소통을 한다. 얼굴 볼 때마다 꼭 질문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는 윈도 10 바탕화면 Sticky Note 위젯에 생각날 때마다 아무 질문이나 적어 두곤 한다. 혹 한 두 번은 질문 없이 넘어가도 괜찮지만 계속 그러면 생각이 없거나 배우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답을 내는 것만큼이나 질문도 중요하다.


질문도 뭘 알아야 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 아무것도 물을 수 없다. 지난주, 그러니까 근무 첫 주에 내가 그랬다. 대뜸 첫째 날부터 사람들은 질문을 요구해왔다.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막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바쁜 상대방의 시간을 고려해서 꼭 효용이 있는(형식적인 것 말고 진심으로 궁금한) 질문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난 이렇게 말하는 걸로 우선 질문을 대신했다. 속도 조절이다.

I don’t know what I don’t know yet, but I’ll get back to you with more questions.


미국에서 많이 쓰는 이런 표현도 있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a stupid question.


바보 같은 질문은 없다는 말인데, 난 여기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질문을 너무 아낄 필요도 없지만, 꼭 아껴야 할 바보 같은 질문도 꽤 있다. 보여주기 식 질문이나 맥락이 없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질문은 하는 사람의 수준을 드러낸다. 적절한 이해 없이 맥락에 맞는 질문은 할 수가 없다. 질문은 어느 정도 이해를 전제로 하고, 또다시 더 나은 이해로 이끈다. 이런 의미에서 질문이 없이는 배움이 지속될 수 없다.


내일은 다른 팀 여러 사람들과 약속(커피 챗으로 불리는 가벼운 미팅)을 잡아뒀는데 또 어떤 질문들을 준비해야 하나... 한국식 교육을 받은 내겐 매일 질문 생각하는 것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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