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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Jul 11. 2020

미국 테크 기업의 복지제도

많은 한국 대기업에 존재하는 ‘복지 포인트’ 제도가 여기 실리콘벨리에도 있더라. 한국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다닐 때, 1년 기준으로 100-120만 원의 복지포인트를 받았다. 포인트는 직급에 따라 차등부여됐다. 반면 지금 근무 중인 샌프란시스코 테크 기업인 Autodesk는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에게 연 $500를 지원한다. 절대 액수로 보면 한국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대신 회사가 만들어 둔 ‘복지몰’에서 포인트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더 편리하다.


실리콘밸리 하면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회사 식당을 떠올린다. 그중 구글과 페이스북의 회사 점심은 높은 퀄리티와 수십 가지 다양한 메뉴로 유명하다. 2010년 대학생 때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 투어를 간 적이 있었는데, 안타깝게 구글 밥을 먹어보진 못했다. 그 무렵부터 회사가 너무 커지면서 방문객들은 회사 식당을 이용할 수 없게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신 2019년 구글 서울 오피스에서 식사를 해봤다. 3-4만 원짜리 뷔페 정도 퀄리티로 느꼈는데, 매일 그런 밥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니 부러웠다. 가끔은 랍스터도 나온다고 한다.


안타깝게 실리콘밸리라고 모든 회사가 그런 화려한 복지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단적으로 Autodesk는 공짜 점심을 제공하지 않는다. 주 2회 정도 캐이터링을 통해서 밥을 주기는 하는데 모든 직원들이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양이 아니라서 빨리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돈도 많이 버는 회사가 공짜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많이 아쉽다. 물론 아마존 같은 공룡도 회사 밥을 안 주는 걸로 유명하다. 복지보다는 돈으로 주는 게 그들의 방식이라고 하는데, Autodesk도 그런 철학 때문에 점심을 안 주는 건지는 모르겠다. 나보다 1년 더 일찍 이곳에서 인턴을 했던 친구 말로는, 공짜밥이 없는 게 이 회사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그래도 공짜 과자/음료는 회사 도처에 널려있다(고 한다. 나도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만 하고 있어서 말로만 전해 들었다).


공짜밥 대신 미국 회사라서 제공되는 독특한 복지제도가 하나 있다. Make A Family라는 복지 프로그램으로, 난임 치료나 입양 등 가족 관련 비용에 대해 1천만 원까지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남녀 상관없이 적용되며, 심지어 인턴에게 까지 보장된다니 이 점이 놀랍다. 앞서 언급한 복지포인트 제도도 그렇지만, 인턴이라서 열외 되는 복지 제도는 거의 없다. 단 1-2개월 계약의 인턴이라도 정직원과 동등한 수준의 의료 보험혜택을 받는다. 내 경우도 기본 의료보험과 치과보험, 안과보험까지 모두 커버받고 있다. 비용은 대부분 회사 측 부담인데, 직원이 원하면 추가로 돈을 내고 더 보장이 많이 되는 보험 옵션도 선택 가능하다. 나도 재미 삼아 5억 원짜리 사망 보험을 4만 원 정도 내고 들어봤다. 혹시나 연말까지 내가 사고를 당하면 아내와 아기는 먹고살아야 할 테니.


이런 복지 프로그램 외에도 내가 기부하는 만큼 회사에서 1:1 매칭 해서 같이 기부해주는 프로그램부터 자사주를 싸게 매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Flexible Hour 등 다양한 제도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웬만한 미국 대기업들에는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아서 특별할 건 없다.


나열해 놓고 보니 실리콘밸리 기업이라고 해서 복지면에서 한국 대기업보다 특출 나게 좋은 건 별로 없는 것 같다(구글 같은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그래도 인턴들에게도 정직원들의 복지를 제공한다는 사실과, 직급에 따른 차별이 별로 없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결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은 엄청난 복지혜택이 아니다. 진짜 장점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자유와 책임감, 주변 여러 기업들로 이직해 가면서 본인이 그리는 커리어를 쌓아갈 기회 같은 것들이다.


그래도 역시 진심 제발 공짜밥은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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