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손흥민 선수의 퍼포먼스를 감상하는 일은 내게 큰 기쁨 중 하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경기를 보고 있다.
책을 읽다가 축구 페널티킥에 대한 통계를 발견했다. '통계적으로'봤을 때, 손흥민은 페널티킥을 어디로 차야할까? 선택지가 왼쪽, 오른쪽, 가운데 밖에 없다고 할 때 말이다.
과거 통계를 봤을 때, 골키퍼가 왼쪽으로 점프할 확률이 57퍼센트이고 오른쪽으로 뛸 확률이 41퍼센트다. 다시 말해 키퍼가 어느 쪽으로도 뛰지 않고 가운데 그저 가만히 서있을 확률은 2%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통계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면 페널티킥은 무조건 가운데로 차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운데로 잘만 찬다면 손흥민이 아니라 일반인이라도 페널티킥에서 높은 확률로 득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통계를 모를 리 없는 축구선수들은 당연히 가운데로 많이 차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같은 통계자료에 의하면 페널티킥 중 오직 17퍼센트만 중앙을 향한다. 대부분 좌 또는 우를 선택한다. 통계를 몰라서가 아니다. 통계분석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의식적으로 내리는 것이다.
통계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가운데로 공을 차지 않는 선수들의 심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가지 가능성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그 실패에 대한 정당성 확보'차원이다.
가운데로 찼다가 키퍼가 가만히 서서 공을 막은 경우, 그 탓은 100% 내 것으로 느껴진다. 골키퍼가 잘 선택한 결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action만 선택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실은 inaction도 적극적 선택일 수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 경우 가운데로 찬 자기 선택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피하게 된다. 쉽게 말해 가운데로 차서 안 들어가면, 좌 또는 우로 차서 안 들어간 것보다 욕을 먹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의사결정 메커니즘은 효용을 극대화 하기보다 손실을 비대칭적으로 최소화 한려는 우리의 비합리성과 연관돼 있다. 이런 비합리성은 우리가 최고의 결과를 얻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다.
우리도 매일매일 마주하는 선택에서 정면 돌파하지 않고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물론 돌아가는 게 더 지혜로운 선택일 때도 있다. 하지만 아닐 때도 있다. 냉철하게 잘 살펴보면 가운데로 가는 게 원하는 결과로 가는 가장 확률 높은 길일 때가 많다. 다만 두려워서 꺼릴 뿐이다.
이제까지 좌우로 차 왔다면, 앞으로는 가운데로 더 차 보자. 그러고 보니 손흥민 선수도 페널티킥 실책이 잦은 편인데, 다음에는 가운데로 찼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그게 안 들어가면 더 비난받을 각오는 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골을 넣는 것이지 비난을 피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