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매일한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혁재 Nov 04. 2020

짬짜면은 왜


짬짜면은 왜 인기가 없을까?


이상하다. 인생 최대 고민인 '짜장면 vs 짬뽕' 문제를 해결해준 고마운 발명품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다니. 이유가 궁금하다.


정재승 교수는 '우리가 이런 선택에 쓸데없이 에너지를 쓰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관성에 따라 늘 먹던 메뉴를 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몸무게의 2% 밖에 안 되지만 35%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뇌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습관적인 선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짬짜면을 먹는 선택이야 말로 가장 에너지가 적게 드는 선택이 아닌지? 정말 선택에 드는 에너지를 아끼고 싶다면 우리는 중국집에 갈 때마다 메뉴판도 볼 것 없이 "탕수육이랑 짬짜면이요!"하고 외쳐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점에서 정재승 교수의 설명이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나는 자기 선택의 대외적 합리화, 그리고 자기 선택에 대한 자기만족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봤다. 즉, 내 가설은 '우리가 짬짜면을 선택하는 행위가 스스로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짬짜면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르지 못해 중간에 있는 어정쩡한 옵션을 선택하는 '그런 사람'으로 비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가설이 맞다면, 적어도 내 생각에는, 혼자 집에서 중국집 배달을 시킬 때가 중식당에서 다른 사람과 밥을 먹을 때보다는 짬짜면을 더 많이 시키는 경향이 나타나야 한다. 혼자 먹을 때는 내 선택을 보는 관찰자가 나뿐이라서 짬짜면을 시키더라도 결정장애처럼 비칠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즉, 다른 사람의 시선 같은 건 상관없이 오직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를 실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짬짜면 배달 주문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있으면 한번 분석해 보고 싶다.)


요지는 이것이다. 우리 선택은 우리가 혼자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같이 있는 그 사람이 누군지도 중요하다. 이를 기억한다면 우리가 어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잠시 멈춰서 내 선택 알고리즘을 되짚어 봐야 한다. 나는 왜 이런 선택을 내리려고 하고 있을까? 혼자 있었어도, 혹은 다른 누구와 함께 있었더라도 같은 결정을 내리고 있을까? 이 결정은 온전히 내 것인가?


부모님, 친구, 선생님, 지인, 직장동료들은 우리 선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우리 인생에 참여하는 존재들이다. 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이들이다. 오늘 누구와 함께 밥을 먹을지, 또 커피를 마실지가 중요한 이유다.


오늘은 혼자 짬짜면을 시켜먹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몰라도 괜찮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