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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Feb 06. 2021

나 이런 사람이야

난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는 게 익숙하다. 딸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그렇게 됐다. 부모의 생활 패턴은 아이의 생활패턴을 따라갈 수밖에 없고, 리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이다. 저녁 7시 즈음에 잠들고 아침 6시 전후로 일어난다. 한결같다.


매일 8시간 잠자는 걸 생활화한지도 벌써 3년 째다. 낮에 졸린다는 느낌을 받아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수면-기상 패턴을 바꿀 이유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좀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잠을 줄일 생각은 아니고,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겠다는 생각이다.


아침은 아무런 방해 없이 자기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가장 좋은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일어나면 아침을 나만을 위해 사용할 수가 없다. 아침을 아이와 함께 시작하는 것도 물론 행복하고 소중한 일이지만, 아이가 중요한 만큼 나 자신도 중요하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자라고 싶다. 아이가 일어나기 전 최소 1시간 먼저 일어나 스스로에게 온전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김유진 변호사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집어 들었다. 원래 '아침형 인간'을 찬양하는 책을 싫어하는 터라 일찍 일어나는 습관의 장점에 대해 말하는 책은 보지 않는다. 그래도 유투브에서 김유진 변호사를 보니 무턱대고 '일찍 일어나야 성공한다'는 식의 주장을 할 사람이 아닌 걸 알 수 있었고, 그녀의 책을 가볍게 훑어보기로 했다.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자서전'으로 생각하고 읽었다. 기술이나 팁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과 경험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무언가를 더 하기 위해 4시 30분에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에게 새벽은 극한으로 치닫는 시간이 아니라 잠시 충전하는 휴식 시간이다. 즉, 새벽 기상은 그 자체로 열심히 사는 방법이라기보다 계속 열심히 살기 위한 수단이다.


책을 보고 저자를 쉽게 판단하면 안 되지만, 적어도 책에 의하면 김유진 변호사는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하고 마는' 유형의 인간이다.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매일 자기 자신을 훈련하는 노력파다. 그녀에게 일찍 일어나는 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일찍 일어나서 오늘의 그녀가 됐다기보다는, 그녀가 추구하는 인생을 살아가려면 일찍 일어나는 게 당연한 일로 보인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는 아이덴티티가 먼저다. 이런 아이덴티티는 일찍 일어나는 습관(그 어렵다는)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일찍 일어나는 행위는 다시 아이덴티티를 강화한다. 선순환이다.


'이제 일찍 일어나야겠어!'라고 다짐하는 건 행동에만 집중하는 방식이라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다. 내가 왜 그래야만 하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이덴티티를 먼저 확립해야 한다. '나는 모두가 아직 잠들어 있을 때 일찍 일어나서 먼저 나를 돌보는 사람이다'라는 아이덴티티가 서 있는 사람에게 다짐, 의지 같은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 행동을 할 뿐이다.


물론 항상 일찍 일어나는 건 (김유진 변호사에게조차) 여전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괴롭지는 않다. 괴롭다는 건 '내가 아닌 무엇인가'가 되려 하고 있다는 증거다. 먼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최대한 그렇다고 자기를 속여야 한다. 노력과 에너지는 여기에 써야 한다. 행동은 따라온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운동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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