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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May 16. 2021

개구리는 억울했다

워낙 옛날부터 많이 들어와서 아무도 구태여 의심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냄비 속 개구리 이야기다. 개구리를 찬물에 집어넣고 물을 서서히 데우면 개구리는 이를 미쳐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다. 반대로 개구리를 끓는 물에 던져 넣으면 깜짝 놀라 펄쩍 뛰쳐나온다. 이게 팩트라고 우리는 배워왔고 아무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출처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출처를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직접 나서서 실험을 해보려는 사람도 없었다. 나도 이를 조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그냥 그렇다고 하니 받아들일 뿐이고 사실 점검 없이 우리는 이야기를 입에서 입으로 실어 나른다.


세상에 또라이는 참 많다. 이 개구리 이야기가 정말 맞는지 실험을 통한 검증에 나선 또라이도 물론 있다. 바로 <싱크 어게인>의 저자이자 워튼스쿨의 교수인 애덤 그랜트다. 그에 의하면 '개구리 끓이기' 실험의 결과는 이렇다.


나는 최근에 이 유명한 개구리 이야기를 주제로 연구를 해봤는데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그 개구리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집어넣으면 개구리는 심하게 화상을 입는데, 이때 개구리는 냄비에서 탈출할 수도 있고 탈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천천히 데워지는 냄비 쪽이 개구리에게는 실제로 더 유리하다. 자기가 놓여있는 물이 너무 뜨거워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개구리는 냄비 밖으로 튀어나왔다.


자기가 점점 위험해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건 개구리가 아닌 인간이라고 애덤 그랜트는 말한다. 그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어떤 이야기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얘기를 꺼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설명도 덧붙였다.


사람들은 의심할 때의 불편함보다는 확신할 때의 편안함을 더 좋아한다.


의심하는 건 불편하고 머리가 아픈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의심하기를 포기한다. 그냥 받아들이면 머리도 몸도 편하다. 편하게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지능이 낮은 게 바보가 아니다. 자기 무지에 대해 무지한 것, 굳이 의심하지 않는 것, 더 나아가 자기가 뭘 좀 안다는 확신까지 가진 사람이 바보다.


애덤 그랜트의 신작 <싱크 어게인> 바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떻게 배움을 멈추지 않고 지혜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이 가득한 책이다. 앎(또는 삶)에 대한 갈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펼쳐보길 추천하고 싶다.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나는 그랬다.


그나저나 항상 드는 생각인데, '싱크'가 아니라 '띵크'로 표기하는 게 더 알맞지 않나? '생큐' 말고 '땡큐'도.



이미지 출처: Photo by Ladd Green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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