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말은 수·토

수요일이 휴무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해보지 뭐

by 최혁재

2018년 7월 13일 오늘 드디어 퇴사했다. 이렇게 3년 13일 정도의 짧은 여의도 생활을 청산했다. 3년으로 딱 자르고 싶었는데 좀 늦어졌다. 딱히 마치고 가야 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팀장님이 2주 ~ 1달 정도는 더 있다가 여유 있게 나가라고 하신 탓이었다. 후임자를 급히 뽑을 것도 아니고 인수인계도 끝냈는데, 어치피 나갈 사람을 조금이라도 늦게 내보내려고 하는 속내는 뭘까? 지난번 이직 때도 마찬가지였다. 팀원이 갑작스럽게 나가면 팀장 체면이 안 선다고 느끼는 듯하다. 아무튼 덕분에 0.5달치 월급은 더 받고 나왔으니 잘 됐다.


이제 나보다 3주 먼저 백수가 된 아내와 진정으로 한 배에 탔다. 우리 배는 다른 선원이 없다. 오직 우리가 어디로 어느 속도로 얼마나 갈지 정할 수 있다. 책임감이 따르는 설레는 자유다. 앞서 며칠 전에는 나 나름의 백수 생활 루틴을 작성했다. 그러면서 주말은 어떻게 지낼 건지 아내와 얘기를 나눴다. 이때 한 가지 기막힌 아이디어를 아내가 던져줬는데, 바로 주말을 남들과 다르게 정의하자는 거였다.


이유를 물었더니 남들이 회사에서 일할 때 노는 게 좋아서라고. 단순히 남들이 일할 때 놀면 더 '노는 느낌'이 난다는 심리적인 측면도 있고, 평일에 밖에 나가면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쾌적한 게 매력이란다. 공감이 갔다. 우린 둘 다 사람 (많은 데) 싫어하니까. 그러면 우리 '주말'은 언제로 하면 좋겠는지 의견을 나눴다. 처음에는 '월, 목' 단순히 정도를 생각했다. 월요일은 아무래도 뭔가 가장 놀면 좋을 것 같은 날이고, 간격 상 목요일이 다음 쉬는날로 가장 적합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부부의 쉬는날을 둘 다 남들이 일하는 평일로 해버리면 사회생활은? 힘들 것 같았다. 보통 친구들(많이는 없지만)이나 가족, 지인들을 볼 때 토요일에 보니까 우리 주말에 토요일은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럼 토요일 말고 다른 하루는? 지난 6월에 현충일, 지방선거일이 모두 수요일로 빨간날이었던 때도 다시 한번 느낀 거지만, 나는 항상 수요일은 쉬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건 개인 취향인데, 나는 연속으로 여러 날을 쉬는 것보다 중간중간에 간간이 쉬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업무적으로 능률도 올라가는 것 같다.


아내가 그려준 수·토요일이 빨간날인 달력


이렇게 우리 주말은 남들처럼 토·일이 아니라 수·토로 정해졌다. 아내가 재빨리 달력을 만들어줬다. 수요일과 토요일이 빨간색인 남들것과는 다른 달력을. 이 달력을 가지고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앞으로 1년을 살아보려고 한다. 좀 하다가 질리면, 무슨 요일이든 맘대로 7일 중 이틀 쉬는, 유동적인 주말도 실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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