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matters most to you, and why?
퇴사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역시나 퇴사한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일들이 생기는 것도 아니더라. 나는 그저 원래 한 번도 회사원이었던 적이 없던 것처럼, 계속 집에 있었던 것처럼 지난 한 주를 살았다. 앞으로도 그럴 게 확실하다. 꼭 좋은 점인가 싶지만, 나는 변화에 둔감하다. 아니, 어쩌면 변화에 극히 예민해서 나도 모르게 적응하는 건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공군에서 만기 전역하고 나온 다음날 아침에도 잠에서 깨면서 조금의 이질감도 못 느꼈던 나다. 마치 인생에 단 한 번도 군인이었던 적이 었었던 것처럼, 2년을 지웠다.
돌이켜보면 내 퇴사 결심은 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것도 생뚱맞게 Stanford MBA 지원 Essay 질문: "What matters most to you, and why?". 역시 최고 학교 수준에 걸맞은 멋진 질문이다. 처음에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짧은 질문 하나가 나를 마구 흔들더니 이내 퇴사로 인도할 줄이야. 이 질문을 접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5월쯤이었는데 마침 회사생활에 회의가 가득한 시기였다. 그래도 무직으로 MBA 합격 가능성은 희박하다고들 하니 합격할 때까지만 영혼 없이 다니면서 돈이나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던 딱 그때였다.
어려운 질문 앞에서 별 생각이 다 들기도 하고 아무 생각이 없어지기도 했다. 가족? 돈? 성공? 행복? 내 인생에서 뭐가 가장 중요하더라? 그런 게 있기나 했나? 그나마 가장 가까운 답을 찾았는데 바로 '내가 매일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내적 충돌이 시작됐다.
나한테 뭐가 제일 중요하지?
-> 매일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지
-> 근데 지금 회사에서 전혀 성장하거나 배우고 있지 않잖아
-> 그래도 어쩌겠어 MBA 가려면 합격할 때까지는 영혼 없이라도 다녀야지
-> 그럼 '매일 배우고 성장하는 느낌'이 중요하다는 건 거짓말 아냐?
-> 그건 아니지. MBA라는 단기 목표를 위해서 잠시만 외면하는거지...
-> 그게 '배움과 성장'보다 눈앞에 있는 MBA 합격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잖아
-> 흠 그런가...
-> 아니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인내와 성취'라고 하는 게 더 솔직한 거 이냐?
-> 아... 그렇네...
-> '가장 중요한 가치 추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MBA에 가고 싶다면서,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가치를 깔아뭉개는 게 말이 돼? 비록 잠시일 뿐이라고 핑계는 댈 수 있겠지만
-> 그래 확실히 그건 모순이네
갈림길 앞에 섰다. 1) 중요한 가치(성장)를 추구하면서(퇴사) 동시에 MBA도 준비하든지, 아니면 2) 나한테 진짜 중요한 게 뭔지 근본부터 새로 생각하고 MBA 가는 것도 다시 고려하든지. 적어도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성장이라고 한다면, 남은 옵션은 1번 하나밖에 없었다. 난 곧바로 유일한 선택지를 골라 퇴사했다. 두려움을 덜어내고 자기가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에 집중하면 의외로 나아갈 길은 뻔하다는 걸 배웠다. 크든 작든 내가 믿는 가치와 내 삶을 일치시키는 선택을 하면 된다. 우리 가슴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