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이언스에서 웹개발로
데이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면서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만들라는 조언을 가장 많이 들었다. 통계학이나 컴퓨터공학 학위가 없이 새로운 분야에 취업을 하려면 그럴듯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게 가장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포트폴리오 사이트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왕 파이썬도 배운 김에 간단한 포트폴리오 사이트 정도는 내가 스스로 개발하고 싶었다. 바로 파이썬 웹 프레임워크인 Django를 중심으로 웹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번에도 Udemy를 애용했다.
바로 이때부터 코딩을 약간 미친 듯이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HTML, CSS, Javascript, Django로 이어지는 기초 웹개발 기술들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컴퓨터 시간에 나모 웹에디터를 끄적인 이후로 웹사이트란 걸 만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 얼떨결에 내손으로 뭘 만들기 시작하고 나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항상 나는 내 손으로 뭔가 만들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코딩한 결과물들이 바로 눈으로 확인되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주객이 뒤바뀌었다.
데이터 사이언스도 무척 재밌게 공부했었지만, 어떤 잘 정제된 데이터를 분석해서 설명/전망을 하는 것 외에 뭔가 나만의 창작물을 만드는 건 아니어서 웹개발처럼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아무튼 웹개발이 더 재밌단 걸 느끼면서도 속으론 약간 갈등이 있었는데, 둘을 다 안고 갈 것이냐, 아니면 하나에 집중할 것인가 하는 내적 갈등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한정적이고,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못하게 되느니 하나에 집중해서 파는 게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 11월부터는 데이터 사이언스는 잠시 접어두고 웹개발 공부에만 최대한 전념했다.
12월까지 두 달 정도 정말 열심히 장고를 공부하면서 간단하지만 그럴 듯 한 웹사이트도 하나 만들었다. 중간중간 막막한 어려움에 부딪히면 이 길이 진짜 내 길이 맞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 오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날 믿고 공부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점점 웹에 대해 더 알아 나갈수록, 장고 말고도 Ruby, NodeJS, PHP, JSP 등 많은 기술들이 있고 각각 다른 장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원래 나는 어떤 걸 공부할 때, 내가 공부하고 있는 방식이나 콘텐츠가 최적인지를 계속 의심하는 고약한 병이 있다. 그 병이 계속 도지며 고민을 만들었다.
결론만 얘기하면, 1월부터 나는 이제야 겨우 익숙해진 장고와 잠정 이별하고 NodeJS와 ReactJS를 배우기 시작했다. 잃을게 적은 커리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내 경쟁력을 가장 많이 높여줄 기술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다. 이런 내 경험에 비춰보면 처음 코딩을 배울 때 너무 많은 기술에 현혹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한 기술에만 매몰돼 마음을 닫아 버리는 것도 위험하다. 그런데 이 사이에서 어떻게 밸런스를 잡아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점이 오늘까지도 코딩을 배우면서 가장 힘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