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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는 좋은 아빠 되기

by 최혁재

커버이미지: Photo by Natalya Zaritskaya on Unsplash


어느덧 아내의 출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정확히는 임신 37개월 하고도 5일 차, 아기가 언제 태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이다. 그래도 2019년이 4일밖에 안 남았으니 올해 보다는 새해에 아빠가 될 확률이 높다. 새해 목표로 뭘 정할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좋은 아빠 되기 목표 하나로도 버거울 것 같으니까.


지난 한 해는 아내 뱃속에서 아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우리 부부는 임신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했는데, 아기가 정확히 1월에 태어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출산하게 될 줄 알았기 때문에 한국에 계신 장모님이 미국에 오셔서 출산 직 후 아내를 돌봐 줄 수 있는 시기를 고려했다. 장모님 일정 상 1월에만 미국에 건너오실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1월에 출산을 하기로 정한 거다. 생각보다 계획에 맞춰 정확히 임신하는 게 큰 과제였다.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지기 때문이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요즘은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배란 호르몬을 측정할 수 있는 키트를 쿠팡 같은 사이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확실히 배란이 된 걸 확인하고 임신 확률이 최대로 높을 때 에너지를 집중하니 다행히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아내의 태교는 100% 휴식이었다. 물론 임신 3개월쯤에 미국이란 낯선 땅으로 건너와 새로 적응하는 피로가 있었을 테지만, 자고 싶은 만큼 자고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면서 행복하게 태교 할 수 있었다. 아내 말로는 '살면서 가장 행복한 한 해였다'라고 한다. 감사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회사 다닐 때 만삭의 배를 가지고 일을 하시던 과장님 모습이 참 안쓰러웠다. 그땐 별생각 없었는데, 아내의 임신과 몸의 변화들을 보면서 그 과장님처럼 만삭까지 일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됐다. 일하지 않아도 그저 몸 안에 다른 생명체를 키운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임신 초기에 입덧 때문에 제주도에서 흑돼지를 먹을 때도 몇 점 먹지 못하던 아내가 가장 가여웠었는데, 다행히 입덧 말고는 큰 탈 없이 지내줘서 그나마 다행이고 감사하다.


곧 딸아이의 아빠가 된다고 생각하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우선 이제 진짜 한 가정을 이루는 거니까 가훈을 정하기로 했다. 아직 아내와 상의는 덜 했지만 우리 집 가훈은 '머뭇거리지 말자' 정도로 생각 중이다. 내가 중학교 시절 방황할 때 우연히 읽었던 책이 '아들아, 머뭇거리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였다. 그땐 거의 학년 유급 상황까지 몰린 상태였는데, 그 책을 읽고 가슴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짧은 인생 멋지게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우리 딸도 그랬으면 좋겠다. 머뭇거리지 말고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전에 나부터 좀 멋지게 살아야 할 텐데, 어깨가 무겁다. 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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