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방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방학기간인 요즘 TV를 너무 많이 보게 돼서 내심 계속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마침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동기부여를 받았다. James Clear의 <Atomic Habit>이라는 책인데 한국에서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란 이름으로 2019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유명한 책이다. 주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을 없애는 법'에 대한 거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자료, 경험, 설득력이 놀라운 수준이다. 어떤 책들처럼 단순히 주장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경험과 사례에 근거해서 작가 자신도 어떻게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 나쁜 습관을 고쳐왔는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Cue(신호) -> Craving(갈망) -> Response(반응/행동) -> Reward(보상). 이 중 첫 번째는 Cue는 어떤 행동을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데, 중요한 것은 인간이 워낙 시각에 의존하는 생물체이다 보니 의식하든 못하든 눈에 보이는 Cue를 기준으로 행동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과자나 과일을 거실이나 식탁에 놓아두면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그냥 보여서 그것들을 먹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일단 눈에 Cue가 보이니까 먹고 싶다는 Craving이 생기고 그에 대한 Reward, 즉 달콤함을 얻기 위한 행동(Response)을 한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나 이제 간식을 먹지 않겠어!'라는 결심을 할 게 아니라 간식을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해서 애초에 Cue에 노출되는 걸 차단해야 한다는 건 정말 당연해 보이지만 강력한 진리다.
Motivation Is Overrated; Environment Often Matters More
동기부여의 역할은 과장됐다; 환경이 훨씬 중요하다.
People often choose products not because of what they are, but because of where they are.
사람들은 자주 어떤 제품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그 제품이 거기 있기 때문에 구매한다.
Behavior is a function of the Person in their Environment, or B = f (P,E).
행동은 사람과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의 함수다, 즉 행동 = f (사람, 환경).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아서 계속 표시를 하면서 읽었는데, 나를 벌떡 일어나서 TV를 거실에서 치우도록 만든 문장을 마주했다(우리말 번역은 제가 직접 해서 허접합니다):
Environment design is powerful not only because it influences how we engage with the world but also because we rarely do it. Most people live in a world others have created for them. But you can alter the spaces where you live and work to increase your exposure to positive cues and reduce your exposure to negative ones. Environment design allows you to take back control and become the architect of your life. Be the designer of your world and not merely the consumer of it.
환경 디자인이 강력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 행동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이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이 살거나 일하고 있는 공간을 직접 변형해서 긍정적인 신호를 늘리고 부정적인 신호를 줄일 수 있다. 환경 디자인은 당신이 주인의식을 되찾고 삶의 건축가가 되도록 도와줄 것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소비자에 머물지 말고 당신 세상의 디자이너가 돼라.
엄청나게 다독하는 편은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하게 독서를 해왔는데, 결국 읽어도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거의 없다는 걸 배웠다. '거의'라고 말하는 이유는 의도적으로 행동을 바꾸지 않더라도 책은 생각을 바꾸는 힘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읽기만 하고 잊어버린 책들도 내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작은 나사들처럼 남아 조금씩 나를 변화시켜왔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바쁜 세상에 살면서 점진적인 생각의 변화만 기다리기보단 더 적극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독서가 아닐까. 올해는 나도 독서를 많이 하기보다 효과적으로 하려 한다 - 읽고, 쓰고, 행동하는 걸 통해서. 아, 그리고 이렇게 하겠다는 결심, 동기부여는 별로 안 중요하다. 책과 노트는 항상 보이는 곳에 두고, 아침 정해진 시간 항상 쓰기를 습관화하는 등 환경변화를 통해 습관(시스템)을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하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Derek Story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