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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Jan 12. 2020

독박 육아의 무게

장모님이 한국에서 이곳 미국까지 날아오셨다. 육아와 아내의 산후조리를 도와주시기 위해서다. 당장 다음 주부터 학기가 다시 시작하고 인터뷰 일정이 여럿 잡혀있는 나로서는 정말 너무 반가운 장모님이다. 장모님이 오지 않으셔서 아내와 아기를 둘만 남겨두고 학교로 돌아갔다면 공부가 절대 손에 잡혔을 리 없다. 감사합니다!


아기를 낳아서 육아라는 걸 해보지 않았다면, 또는 직장이라는 핑계로 아침에 나가 밤에 들어와 잠깐 아기를 봤다면 절대 몰랐을 사실들을 요즘 배우고 있다. 육아는 정말 직접 해보지 않으면 그 무게를 알 수 없다. 예전에 이모가 아이 둘을 집에서 혼자 키우면서 정말 너무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누가 시켜도 육아를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하셨을 때, 난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자기 자식을 키우는 일인데 다시 하기 싫을 정도라니, 그냥 푸념처럼 하시는 말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배우는 데에는 우리 아이가 태어나고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 아기가 너무 예뻐서 나나 아내나 몸은 피곤하지만 미치도록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이건 내가 방학 중이라 온전히 함께 육아를 나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이걸 한다니,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독박 육아하시는 많은 엄마 아빠들 힘내시라고, 존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장모님은 약 한 달 반 정도 육아를 도와주시고 한국에 돌아가실 텐데, 그때쯤엔 내가 여름 인턴쉽 자리가 잡혀서 공부를 하더라도 부담 없이 함께 육아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희망이다. 아니면 시어머니라도 은퇴하시고 미국에 좀 건너오셔서 손녀 돌보기 체험하시라고 종용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시아버지 옵션도 있지만 뭐랄까, 아빠와 아기 서로를 위해서 굳이 좋은 옵션은 아닌 거 같다 ^^; (기저귀 값이라도 좀 보태주시면 큰 힘이 될 겁니다 아버지). 


우리 엄마는 평생 바쁘게 일하시느라 육아를 제대로 해보지 못하셨고, 외할머니가 날 키우셨다. 외할머니가 형과 나를 키우면서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정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우리 엄마도 비록 나를 키울 시간과 여유는 없으셨을지라도 손녀 키우는 재미는 놓치지 않으셨으면 한다. 와서 몸 고생하시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애기들 정말 빨리 큰다는데 이때만 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꼭 보시면 좋겠다. 사실 지금도 형과 엄마의 관계가 별로 좋지 않은데, 엄마한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육아를 직접 하지 않아서 가지고 있는 미안함이 자식에 대한 어떤 소유욕이나 미련처럼 남아있는 건 아닐까 가끔 생각해본다. 장남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 형의 결정을 존중해주지 못하고 다른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우리 엄마, 손녀를 키워보면 또 다르게 느끼시는 게 있지는 않을까? 물론 엄마 입장도 이해 가는 부분이 많지만.


석사과정이 끝나고 다시 직장을 다니게 되면 집안일이 아내의 주 업무, 돈 벌어오는 게 내 주 업무가 될 거다. 이건 우리가 바라던 일이다. 서로 맡은 바 최선을 다 하자고. 하지만 아기가 둘이 될 경우, 절대 내가 일한다고 아내한테 육아의 책임을 모두 전가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아기 하나는 최소 직장 하나로 쳐줘야 한다. 아이 둘을 독박 육아한다면, 그건 직장 두 타임을 뛰는 거나 다름없다. 업무 강도를 떠나서 보더라도 사랑하는 내 자식 키우는 일은, 그 시간들은, 아내에게만 쥐어주기엔 나한테도 너무 소중하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Jude Bec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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