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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Jan 28. 2020

'나'라는 브랜드

스타벅스는 있는데 내겐 없는 것

내게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거의 항상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아이러니한 점은 내가 학부에서 마케팅을 복수 전공했다는 것이다. 마케팅에 관심이 있어서 전공했던 것도 아니었다. 재무(금융)는 교수님들이 너무 못 가르쳤고 회계는 그 자체가 다소 지루하다 보니 다른 옵션이 별로 없었다. 이래 놓고 막상 커리어는 금융 쪽에서 시작했으니 나라는 사람은 원칙 없이 그냥 순간순간 끌리는 쪽만 너무 따라온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마케팅을 복수 전공하면서도 이게 그리 흥미로운 분야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말장난 아닌지, 그저 어떻게든 사탕발린 말로 더욱 소비를 부추기는 상술이 아닌지, 이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친구가 브랜딩에 관련된 인상적인 글귀를 보내줘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이 친구는 자신이 읽은 책이나 시청한 강연에 대한 요약이나 느낀 점을 자주 보내준다. 명언을 사랑하는 '명언충'이다. 이번에 보내준 내용은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이란 책의 내용을 정리해놓은 유튜브를 보고 재정리한 것이었다. 다음은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당신이라는 브랜드는 세상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나요?

브랜드에는 철학이 필요합니다.
브랜드 철학이란 그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건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문제 해결 방식을 뜻하죠.
쉽게 말해 철학이란 세상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철학의 수준은 그 질문의 수준이고요.
하늘을 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던진 사람이 하늘을 날았습니다.
지치지 않는 말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 없을까 라는 질문을 가진 사람이 워크맨은 만들었고 밀라노에서 경험한 카페를 시애틀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질문한 사람이 세계 최고의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를 만들었습니다.

당신은 세상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나요?


내가 던지는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라는 브랜드를 결정한다는 시각이 참신하면서도 통찰력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스스로 물어봤지만 아직 답할 수 없었다. 난 세상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나? 어떤 질문들이 '나'라는 브랜드를 규정하고 있는가?




친구의 요약본 내용에 스타벅스 이야기가 나와서 지난 10월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본사에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사무실 벽에 걸려있던 스타벅스의 Mission Statement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인간 본성에 영감을 주고 고양시키는 일 - 한 사람, 한 잔, 한 동네 씩". 이게 '스타벅스는 왜 커피 파는 사업을 영위하나요?'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다른 회사의 Mission Statement였다면 그 숨은 속내를 의심했을 텐데, 스타벅스가 저렇게 말하니 뭔가 되게 있어 보였다. 이런 게 최고의 브랜딩 아닐까. '왜'라는 근본적 질문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대답, 그걸 고객들이 믿는 것.



NPR 팟캐스트 <How I Built This>의 하워드 슐츠 편을 보면 스타벅스의 아버지인 그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답해왔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들을 수 있다. 동 팟캐스트 에피소드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라 누구에게든 들어보길 추천한다. 하워드 슐츠는 이태리 밀란에서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하는 이태리식 커피숍을 방문해 본 뒤 그 매력에 푹 빠졌다. 그리고는 어떻게 하면 '미국에 있는 소비자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오늘날의 스타벅스이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지향점이 바로 저 Mission statement가 아닌가 싶다.


시애틀에 위치한 스타벅스 본사 내부. 사무실 어디를 돌아다녀도 커피가 없는 곳이 없었고, 직원들은 회의 시작 전 항상 다양한 커피 테이스팅을 한다고.


나는 언제쯤 내 '인생 질문'을 만날 수 있을까.




여러분은 어떤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고 계신가요? 왜 그 질문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답을 찾을 방법은 있나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질문인가요? 어떻게 그 질문을 만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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