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하므로, 생각을 정리 해 보자.
UX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당초 내가 원했던 바는 UX어쩌고 보다는 서비스 디자인 어쩌고에 가까웠다. 좀 더 종합적인 관점에서, 좀 더 큰 그림을 통해, 좀 더 사용자에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어 보였다고 하는게 적합 할 것이다.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단어의 유행은 생각보다 185,624,357배 쯤 일찍 끝났고, 대충 의미가 비슷한 것을은 전부 UX라는 이름으로 퉁쳐져 돌아다니고 있다.
그 안에는 마케팅, 브랜딩, 서비스, 컨텐츠, UI, flow, 모든게 다 담겨있고, 취급은 딱 '위 쪽에 보고하기 좋은'만능 도깨비 방망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 업계에 꿈을 가진 친구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회사에, 나와 같이 일하는 친구들 중에도 있다.
그 친구들에게 잔인한 얘기지만, 냉철해 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희들이 관심있어 하고, 공부하고 있는 부분이 사기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indepth interview, FGI, FGD, UT, 설문조사. 그 중 어떤것도 "제대로 된 분석 설계 과정을 거친 뒤에 수행하는 경험"을 해 보기 어려운 것이 이쪽 업계다.
모 대기업이 있다.
연 수십조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고, 나는 과분하게 그 회사의 1년간 사업계획 상의 UX전략을 짜는 일을 3년 넘게 해 오고 있다. 그런데 어이없게, 이 회사는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없다. 작년 3/4분기부터 급하게 빅데이터 어쩌고를 준비하기 시작 했는데, 그 데이터에도 채널의 이용 경험이나 특성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럴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마케팅이 서비스의 전부는 아니니까.
그런데 MoT마케팅을 이야기 하더라. MoT는 moment설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기둥이자 바닥이자 벽이며 천정이고 탁자이자 의자는 이용 데이터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비용'의 벽은 넘을 수 없다. 다시 말 하지만, 그럴 수 있다. 나 따위가 연매출 수십조 회사의 전략을 감히 무슨 정신으로 평가 하겠는가.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렇게 수행하는 마케팅에 언감생심 MoT를 붙이면 안된다는거다.
이 바닥의 용어는 화려한 옷이고, 잘 벼려진 칼날이다. 그냥 장식이고, 잘 봐주면 무기란 소리다.
진정성은 그 어디에도 없고, 너희가 맞이할 바닥은 그런 바닥이다.
안타깝게도 이 바닥 역시 '스타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사업 안하고 강연다니는 사람들인데, 나도 되게 좋아하고 존경한다.
근데, 그거랑 그들이 하는 말이 과연 '유효한가'는 별도의 문제다
그들의 말이 옳은 동시에 유효하다면, 그들이 손 댄 서비스는 모두 성공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남다른 수치적 경과는 보여 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바닥에 그런건 없다.
그건 UX라 불리는 단어를 도깨비방망이로 활용하는 업계의 태생적 한계고, 그게 악이거나 나쁘다는 소리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한 번 더, 절대로 아니다. 다만, 그 태생적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 바닥에 뛰어들면, 그 한계가 악이거나 나쁜걸로 보이기 시작한다.
당신들의 고민은 설익었다.
당신들은 검증을, 과학을, 통계를 우습게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 유효성을 보이지 못하는 동전던지기 같은 프로젝트를 만든다.
다시 강조하지만, 욕하고싶은것도, 비난하고싶은것도, 비꼬고싶은것도 아니다.
아니, 나는 되려 자랑스럽지만, 이 바닥에 한계는 있음을 명확히 하고 싶을 뿐이다.
꿈꾸라. 다만, 증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