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만 파운드 vs. 2,000만 파운드
한국에서 흔히 3대 커피라 하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예멘 모카와 함께 하와이 코나 커피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원두들이 왜 한국에서 세계 3대로 불리는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며, 더 놀라운 점은 코나 커피라 불리는 대부분은 진짜 코나 커피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하와이 코나 커피는 하와이주의 빅아일랜드 섬의 코나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미국 유일의 재배 커피 원두인지라 백악관 만찬에서도 자주 선보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의 신맛이 나는 듯 하나, 전체적으로는 부드럽고 향기가 좋습니다. 끝맛이 은은하고 맑은 것이 특징입니다. 1825년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코나 커피는 마크 트웨인의 예찬으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코나 커피의 연간 생산량은 약 270만 파운드로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0.01%에 불과합니다. 코나 커피는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킬라우에아산과 마우나로아산의 경사면에서만 재배되고 있습니다. 화산토가 커피 성장을 촉진시키고, 화창한 날씨에 오후의 짧은 비가 커피 재배에 이상적 환경을 제공하지만 산악 지형이라 대규모 재배는 어렵습니다. 손으로만 수확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큽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참 모자라니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하와이 주정부는 묘책을 떠올립니다. 코나 지역에서 생산한 커피가 10% 이상만 들어가면 하와이 코나 커피라고 표기할 수 있는 법안을 1991년 통과시킵니다. 하와이에 관광온 이들에게 하와이 특산품인 코나 커피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한 셈입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10%라고는 제한했으나 실제로 코나 커피가 얼마나 혼합되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코나 커피가 극소량만 포함되어 있거나 또는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하와이 주정부의 법이니, 하와이 밖에서는 제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도 없었습니다.
마침내 2019년 코나 커피를 재배하는 700여 개의 농가가 힘을 합쳐 집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등 21개 유통회사를 대상으로 소위 ‘가짜’ 코나 커피를 판매한 것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했습니다. 이들 유통사로 인해 코나 커피 재배 농가가 상표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2019년 코나 커피 재배 농가의 소장에는 코나 커피의 연간 생산량이 270만 파운드에 불과하나 유통되는 코나 커피는 2천만 파운드에 이른다는 주장이 담겨 있습니다. 10% 밖에 없는데 코나 커피라고 해야 할까요?라는 주장과 하와이 관광객들에게 특산품인 코나 커피를 저렴하게 접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주장 사이에는 코나 커피의 브랜드를 지키고자 하는 재배 농가의 땀이 섞여 있습니다.
결과는 코나 커피 농가의 승리로 귀결되었습니다. 2021년 3월, 코스트코 등 8개 사가 1,310만 달러의 합의금과 함께 하와이 주정부의 코나 커피 표기 가이드라인을 따르는데 합의했습니다. 이후 다른 피고들과도 순차적으로 합의에 도달했고, 2023년 4월 마지막으로 하와이의 가장 큰 편의점인 ABC store와도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참에 코나 커피 표기 법안을 강화하는 법안까지 검토되고 있습니다. 코나 커피 함유량이 10%가 아니라 51% 이상 포함되어야 코나 커피로 표기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원두에 대해서도 원산지를 정확히 표기하도록 규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그동안 마케팅으로 남용되던 "All Hawaiian" 용어를 복원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그의 책 <하와이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코나 커피를 칭송하고 있습니다. “코나 커피는 어느 지역에서 재배되는 커피보다 풍성한 향미를 가졌고, 최고의 커피가 자라야 할 바로 그곳에서 재배되고 있기에 당신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마크 트웨인이 맛본 그 코나 커피를 음미하고자 한다면 뒷면의 코나 커피 함유량과 원산지를 매번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