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를 가리키는 4월 지표
중국이 리오프닝을 하며 경제 활동을 재게 할 때만 해도 긍정적인 회복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모든 경제 지표가 침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생산, 소비와 투자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있어, 2022년 12월 리오프닝을 시작한 중국 경제가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위완화 가치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1분기만 해도 긍정적이었던 주요 지표가 4월에 일제히 기대치를 밑돌았습니다. 중국의 4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4%, 산업생산은 5.6% 증가했습니다. 이는 시장 기대치인 21%, 10.9%에 못 미치기도 하고, 작년 4월은 코로나 봉쇄가 있었던 시점인만큼 기대 이하라는 평가입니다. 또한 16세~24세 청년 실업률도 20.4%로 2018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2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 수준에 불과해 이제 중국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알리바바의 1분기 실적도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지난 5월 18일 발표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성장에 그쳤습니다. 중국의 내수가 회복된다고는 하나, 커머스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알리바바의 성과가 부진하자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텐센트는 전년 동기 대비 11% 매출이 상승하고, 바이두는 10% 상승했습니다. 그럼에도 텐센트는 1분기에 2,000명을 감원했다고 알려져 있고, 바이두는 기저효과 때문으로 한숨은 돌렸으나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때 중국의 차세대 사업으로 떠올랐던 전기차 사업도 구조조정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웨이마자동차(威馬汽车)가 하이난성에서 철수했으며, 톈지자동차(天际汽车), 아이츠자동차(爱驰汽车), 레이딩자동차(雷丁汽车) 역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 리오프닝 특수에 기댄 한국 경제에도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7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겪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반도체 대중 수출이 위축되면서 수출 회복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중국의 애국소비 (國潮, 궈차오) 확산으로 그나마 내수가 회복되는 와중에도 한국의 화장품과 의류의 중국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K뷰티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소비 부흥의 효과를 보고 있는 산업도 존재하기기는 합니다만, 지속 가능성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1분기 최대 실적을 거둔 넥슨은 ‘던전 앤 드래곤’을 필두로 한 중국 사업의 성과가 긍정적이었습니다. 경기 침체로 다른 게임사들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넥슨은 중국 덕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0여 개의 한국 게임이 중국 정부로부터 ‘외자판호’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판호를 발급받은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약 5년 만입니다. 하지만 게임 업계는 이를 ‘장밋빛’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중국 정부가 판호를 대거 허용해 준 것은 반대로 중국 게임 개발력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어서 향후에 어떻게 될지도 미지수입니다. 한편, 중국 관광객 회복으로 면세점과 카지노 같은 산업이 혜택을 보고 있으나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탈중국은 이제 세계의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수는 2022년 기준, 100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 매킨지에 따르면 탈중국의 흐름에 가세해 타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0년 1,000여 개 회사가 공장을 이전했고, 2021년에는 1,500여 개, 2022년에는 1,700여 개로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품 회사들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베인 앤 컴퍼니와 미국계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을 급습해 조사하고 있고, 미국 몬테나 주는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인의 38%가 중국을 적으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3월 20일~26일 미국 성인 3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이며, 작년과 비교했을 때 13% 포인트 늘어난 수치였습니다.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하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대안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남아있습니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려놓고 있습니다. 2023년 5월에 열린 G7의 의제 중 하나도 결국은 탈중국 연대 강화였습니다. 그리고 탈중국의 대안으로 많은 기업들이 인도나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쉬워도 실행에는 인내의 시간과 그동안의 고통이 수반됩니다. 많은 이들이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에 막연한 기대를 거두고 더 냉정한 탈중국 전략을 외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