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한국과 사회구조적으로 닮은꼴
태국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0세 전후로 과반수 이상이 여성이었습니다. 친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에 관해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놀라왔던 점은 한국과 라이프스타일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평균 결혼 연령이 30대 중반이었고, 비혼주의도 많았으며,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 생각이 없는 경우도 태반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당수가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 동물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태국은 반려동물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태국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습니다. 미소의 나라, 관광의 나라 등. 하지만 태국이 반려동물의 나라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듯합니다. 태국에서 길 잃은 개는 흔히 볼 수 있으나 길거리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반려동물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펫푸드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반려동물 보험은 말할 것도 없고, 반려동물 호텔, 반려동물 장례식장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사실 태국은 한국보다 반려동물을 더 많이 키우고 있습니다. 태국에서는 세 가구당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 비율은 35.4%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한국은 27.7% 수준으로 태국이 한국보다 반려동물을 더 많이 키우는 셈입니다. 한국 농림축산 식품부의 ‘2020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7.7%로 약 638만 가구가 반려동물 양육하고 있는 가구로 조사되었습니다.
태국은 반려견이 대세이나 최근에는 손이 덜 가는 반려묘가 더 많이 늘고 있습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반려견수는 813만 마리로 전년 대비 2.1%가 증가한 반면, 반려묘는 353만 마리로 4.1%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반려견수는 602만 마리, 반려묘수는 258만 마리와 비교해보면 한국보다 훨씬 많은 규모입니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사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태국의 펫푸드 시장 규모는 약 11억 달러로 한국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0% 가까이 고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특색입니다. 2020년에는 비록 코로나로 성장률이 3.8%로 낮아졌으나, 코로나 회복 이후에는 매년 5~10% 성장이 여전히 예상되고 있습니다.
태국의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과 숫자 이면에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태국은 한국에서 겪는 사회문제를 고스란히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령화, 저출산,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반려동물의 증가, 나노 사회화 등. 한국 사회를 묘사하는 단어 그대로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태국의 오늘날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태국이 다른 어느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한국인 관점에서 사업 기회가 많다고 판단됩니다. 경제적으로 앞서 있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 몇 년 뒤에 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은 다를 수 있으나 문제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은 유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태국에서 적용해볼 만한 사업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일본을 벤치마킹해야 했던 이유와 같은 이유입니다.
몇 가지 특징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태국은 '고령화 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로 진입 직전입니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65세 노인 비중이 7% 이상일 경우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 노인 비중이 7.3%에 이르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뒤 2017년 14.2%에 이르러 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이 추이면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한편, 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0년 기준 13%로 '고령사회' 진입 직전입니다. 대략 한국보다 5년 정도 뒤처져 있는 셈입니다. 세계은행은 2040년까지 동아시아의 모든 개발 도상국 중 태국이 가장 높은 노인 인구 비중을 보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추이라면, 태국은 2040년 65세 이상 인구가 약 1,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출산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에서, 2010년 1.23명, 2019년에는 0.92명으로 줄어들고 있고, 태국도 유사한 패턴으로 줄고 있습니다. 다만, 줄어드는 속도는 한국보다 느린 편이기는 합니다. 2000년 1.67명에서, 2010년 1.54명으로, 2019년에는 1.51명으로 줄고 있습니다. ASEAN-6 중 저출산이 심각한 나라는 싱가포르로 2019년 1.14명을 기록한 반면, 타 동남아 국가는 2명 또는 그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은 2.53, 인도네시아는 2.29명, 베트남은 2.05명, 말레이시아는 1.98명입니다.
고령화와 저출산은 새로운 사업 기회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고령화는 실버산업과 헬스케어 산업에 기회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태국은 동남아 2위 헬스케어 시장 규모를 자랑합니다. 수많은 관광객에 힘입어 '의료 관광' 사업도 유망합니다. 저출산은 반려동물 사업, 뷰티 산업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유명 사료인 로열 캐닌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가 태국입니다. 앞으로도 태국은 한국과 유사하게 반려동물 병원, 호텔, 장례식장, 보험 등의 사업 기회가 더 강화될 것입니다. 자녀 양육보다 더 많은 돈을 자신에게 쓰면서 프리미엄 시장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성장도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와 SPA 의류 시장의 발전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태국은 한국과 사회 구조적으로 닮은꼴입니다. 인도네시아나 베트남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태국을 동남아시아 중 하나의 국가라는 고정관념으로 바라보면 애초에 엉뚱한 곳을 보고 있는 셈이 됩니다. 철저하게 다른 시각으로 주시해야 기회의 틈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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