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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Jan 31. 2024

'파괴적 혁신'을 위한 조직 구성

우리는 ‘무엇’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문제에 직면하면 ‘답’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하려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왜’와 ‘어떻게’입니다. 성공적인 설득 방식도 ‘왜’에서 출발해 ‘어떻게’ 그리고 ‘무엇’으로 향해야 합니다.


파괴적 혁신에서 ‘무엇’이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에 해당하며 단순히 이것만 들었을 때는 와닿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기존 기업 입장에서는 파괴적 혁신이 저가 시장에 국한되거나 또는 아직 매력적으로 부상되지 못한 니치 시장에 국한되고 있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새 저가 시장을 공략한 파괴적 혁신 기업이 주류 시장으로 편입하게 되고, 그때 대응하기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기존 기업은 파괴적 혁신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고 기존 사업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하며, 만약 이를 내재화하고 싶을 때는 실행하는 팀과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혁신에 성공하는 대기업이 적은 이유는 보통 ‘어떻게’를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인재와 넉넉한 재원을 보유하더라도 신사업을 기존 사업의 틀에 넣어 판단하고 조직을 구성하면 작동할리가 없습니다. 이런 실수를 피하려면 다음 네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 혁신을 뒷받침할 최적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가?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인력, 기술 수준은 매우 뛰어날 것이나 신규 사업에 적합할지는 또 다른 판단 기준이 필요합니다. 기존 사업에 적합한 인력, 기술, 브랜드, 고객층, 공급업체 등과 같은 자원은 신규 사업과 걸맞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두 번째, 혁신에 필요한 최적의 프로세스를 지니고 있는가? 기존 사업을 뒷받침하는 의사결정 기준이나 절차,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이 신사업에 어울릴지 확인해야 합니다. 신약을 개발해 식약청 승인을 얻는데 집중하는 기업들은 의료 기구를 개발하고 승인을 얻는데 서투른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조사를 행하는 방식, 시장분석 내용을 재무적으로 치환하는 방법, 내부적으로 사업 계획과 예산을 협의하는 절차 등 자원 투입 결정에 필요한 비가시적 절차가 매우 중요함을 인식해야 합니다.


세 번째, 혁신에 적합한 가치관을 지녔는가? 신사업 추진을 결정하는 방식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익이 기존의 내부 재무 기준에 못 미치는데도 이를 용인하고 신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매출 측면에서도 신사업을 유의미한 규모로 판단할 수 있을지? 적정 이익과 매출 성장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면 기존 조직에서 해당 신규 사업은 추진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거나, 설사 시작은 하더라도 중간에 중단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원, 프로세스, 가치관에 기반하여 어떤 조직 구조가 혁신을 가장 잘 뒷받침할 것인가입니다. 이는 혁신을 전담할 새로운 팀을 사내에 새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아예 독립 법인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인가? 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만약 신규 사업이 요구하는 프로세스와 가치관이 기존 사업과 완전히 상이하다면 독립 조직을 구성하고 ‘중량급’ 팀을 구성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가치관과 프로세스가 유사하다면 기존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답입니다. 프로세스는 유사하나 가치관이 상이하다면 초기 개발은 사내팀에서 담당하되 상업화는 독립 조직에서 수행해야 하며, 가치관은 유사하나 프로세스가 상이하다면 기존 조직에서 ‘중량급’ 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혁신 추진에서 신규 사업이 가진 가치관, 프로세스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사내 신규 조직의 개설 여부, 분사 여부를 결정하는데 필수적이며, 나아가 인수 후에 조직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핵심은 가치관과 프로세스가 다를 때 절대 통합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신규 사업이 기존 사업의 자원과 경쟁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흔히 대기업이 후발 주자에게 시장을 잠식당할 때, 시쳇말로 시장을 잘 못 읽었다고 쉽게 단정합니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의 인재 수준을 감안할 때 매우 단편적인 답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파괴적 혁신 기술에 대해 ‘어떻게’를 간과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기존 조직에 파괴적 기술 기회를 대응하라고 잘못된 과제를 준 후, 사후적으로 기존 사업의 임원을 꾸짖어봐야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답입니다.



 <Clayton M. Christensen and Michael Overdorf, “Meeting the Challenge of Disruptive Change”, Harvard Business Review (March–April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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