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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Feb 02. 2024

혁신, 끈질긴 여러해살이꽃처럼

때로는 버티는 게 답입니다.

배에서 내리지 않고, 배를 흔드는 방법이 있을까요? 

관성처럼 굳어진 불합리, 차별, 부패와 비리에 대해 변화의 소리를 너무 크게 외치면, 조직에서 반발이 커집니다. 그렇다고 침묵을 지키자니 자괴감이 커집니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꾸준한 물방울이 화강암을 침식시키듯, 변화의 목소리를 가진 이들의 끈질긴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피터 그랜트는 미국 서부 지역의 대형 은행에서 18개의 지위를 역임한 흑인 임원입니다. 그가 처음 회사에 합류했을 때 소수 유색인 직원 중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30년간 회사에 있으면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성과 유색 인종을 채용하고 교육했습니다. 새로 채용된 이들에게 왜 여성이나 유색 인종을 고용하는 것이 중요한지와 자신의 장기적 비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들이 좌절할 때 멘토링도 자처했습니다. 그 결과, 피터가 은퇴할 때즈음에는 조직에 3,500명 이상의 여성과 유색 인종이 배치되었습니다.


피터는 조용하면서 급진적인 혁명가입니다. 오랜 시간 인종 차별과 모욕적인 언사를 견뎌냈습니다. 승진도 오래 걸렸고, 능력에 대해 공평한 평가도 받지 못했습니다. 화를 낸다고 바뀌는 것은 없기에, 화를 억누르고 장기간 목표를 꾸준히 실행에 옮겼습니다. 조직의 문화나 시스템, 권력자를 비방하는 대신, 하루하루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끈질기고 꾸준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래 네 가지 전술이 필요합니다. 

1) 명확하게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고

2) 말로 공격을 받아치고

3) 일상을 기회로 바꾸고, 

마지막으로 4) 비슷한 뜻을 지닌 이들과 전략적 연합을 형성해야 합니다.


말보다 작은 행동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야근이 난무하던 회사에서 존은 승진하기 위해 매주 80시간씩 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정과 일이 경쟁하면서 자신의 삶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맛본 후, 존은 삶의 패턴을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대신 오후 6시 전에 퇴근했습니다. 오후 늦게 회의를 잡지도 않았고,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부서가 이 원칙을 따르기 시작하자 오히려 생산성은 증가했습니다. 한 레지던트 여성은 남성 우월주의 문화에 대항하기 위한 작은 저항으로 하얀 레이스가 달린 발목 양말을 신었습니다. 이는 남성우월주의 문화에 대한 작은 경고였습니다. 한 아프리카 출신의 젊은 컨설턴트는 일부로 레게머리를 땋아 본인을 표현했습니다. 상사가 레게머리를 풀라고 요청했으나, 오히려 일을 더 열심히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 표현과 업무 성과는 관계가 없음을 증명해 내었습니다.


오후 6시에 칼퇴근을 하고, 레이스 달린 양말을 신으며, 레게머리를 땋고 다니는 것이 기업 문화에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변화를 원하는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신념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용기가 없어서 나서지 못했던 다른 이들에게도 작은 문을 열 수 있게 도와줍니다. 때로 작고 섬세한 접근은 묵직한 문을 붕괴시킬만한 작은 균열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합니다.


변화를 반대하는 이들과 굳이 힘들게 언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면서 소수자들의 권리나 권한을 드러내는 방법은 매우 많습니다. 당당하고, 논리적이며 무엇보다 포용적인 자세로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회는 일상 속에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나타납니다. 자신의 명분과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도덕적 명분을 충분히 쌓는다면 언제든 기회는 나타납니다. 그래야만 뜻을 함께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반대파를 적으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러해살이꽃은 여러 해를 사는 동안 수많은 겨울을 추위 속에서 보냅니다. 다만, 어떤 꽃을 피울 것인가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입니다. 강추위를 이기고 태어난 꽃이 여러 사람의 공감을 받는다면 더 화려하게 피워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을 이겨내야 합니다.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를 탓하는 대신, 여러 해 뒤에 피울 꽃을 생각하며 때로는 버티는 게 중요합니다.



<Debra Meyerson, “Radical Change, the Quiet Way", Harvard Business Review (October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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