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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Jan 23. 2024

우리 마케팅은 무엇이 문제일까?

매년 약 3만 종 이상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신제품이 출시되고, 그중 90퍼센트는 실패합니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게을러서거나 무지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대부분 고객 조사를 면밀히 수행하고, 엄청난 돈을 들여 론칭 마케팅을 준비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전 교수였던 시오도어 래빗 교수는 마케팅에 대해 다음과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0.25인치짜리 드릴을 원하는 게 아니라, 0.25인치짜리 구멍을 원하는 겁니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한다는 관점에서 래빗 교수의 말에 대부분 동의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마케터들은 드릴의 속성과 기능, 그리고 가격을 기준으로 시장을 세분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보다 많은 속성과 기능을 제공하여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한 패스트푸드의 밀크셰이크 사례를 예로 들어봅시다. 이 회사의 마케터들은 밀크셰이크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제품을 기준으로 시장을 세분화한 후, 밀크셰이크를 사는 고객들의 인구통계학 특성에 기반하여 고객 유형을 세분화했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밀크셰이크를 더 진하게 만들고, 초콜릿 맛을 추가하고, 가격을 낮추고 과일조각을 추가하는 등 제품 다각화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고객 조사에서는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정작 매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무엇이 잘 못 되었을까요?

  

한편, 다른 시장 조사팀은 하루종일 매장에 머물면서 고객들이 밀크셰이크를 '왜' 사려고 하는지 이해했습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고객들은 아침 일찍 밀크셰이크를 사가는 경우가 40퍼센트였으며, 혼자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다른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고객들은 길고 지루한 출근길에 아침 대용으로 밀크셰이크를 사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베이글 등은 운전을 하면서 먹기에 불편했으나 밀크셰이크는 편리하고 어느 정도 허기를 달래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출근길에 지루함을 달래주고 허기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객들의 진짜 '왜'를 이해하자, 그들은 고객들이 밀크셰이크를 더 오래 먹을 수 있도록 걸쭉하게 만들고, 작은 과일조각을 넣어 지루함을 달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밀크셰이크 기계를 카운터 전면으로 옮기고 충전식 구매카드를 제공해 출근길에 더 빨리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고객은 '통계적인 평균'에 맞추어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령대, 사는 지역, 인종, 성별, 평균 소득 등의 지표에 집중해 봐야 무의미한 시사점만 도출될 뿐입니다. 오히려 고객들이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제품일지 '목적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어떤 목적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자 전부입니다. 페덱스는 '물건을 다른 곳으로 최대한 빠르게 보내는' 일을 하도록 서비스를 설계했고, (과거) 도요타는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안전하고 튼튼한 이동수단 제공'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반복하자면, '분명한 목적성'을 지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를 유지, 확장을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먼저, 고객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핵심은 고객들의 외형적 특성이 아니라 목적성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적으로 왜 이 제품을 구매하는지 관찰하고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두 번째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 제품과 특정 목적을 연계시켜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위 두 개의 활동을 통해 '목적성 브랜드'가 잘 구축이 되었다면 이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대기업의 흔한 실수를 하듯, 치석을 제거하는 치약 브랜드가 입냄새를 없애거나 미백효과까지 낸다고 확장하면 고객들은 헷갈리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하나의 목적에 맞추어 브랜딩을 강화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가 스마트폰 브랜드로 강력하게 자리 잡은 후, 버전 업그레이드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또 다른 방식은 서브 브랜드 형태의 '보증성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매리어트' 인터내셔널은 비즈니스 출장 목적 고객을 대상으로는 '코트야드 매리어트'를 론칭했고, '레지던스 인'은 장기 여행자를 위해 만들었습니다.

 

목적성 브랜드와 보증성 브랜드를 통한 브랜드 확장이 중요한 이유는 파괴적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과거 코닥은 최고 수준의 사진 품질을 지향했고,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품질 수준을 높여갔습니다. 하지만, 저가 시장 중심으로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경쟁사나 스타트업에 의해 시장을 잠식당할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코닥은 2000년대 '코닥 펀세이버'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일회용 카메라를 출시했습니다. 기존 코닥이 전문 사진 찍는 목적에 집중했다면, '코닥 펀세이버'는 일회성, 편리함이라는 가치를 추구했습니다. 또 다른 파괴적 혁신은 '이지쉐어'라는 제품이었습니다. 기존 경쟁사들이 픽셀수와 줌 성능을 기준으로 경쟁했다면 '이지쉐어'는 사진을 찍은 후 간편하게 이메일로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 저렴한 디지털카메라였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지금, 우리는 코닥은 파산한 반면, 후지필름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코닥은 필름 사업만 고집하다 2012년 파산한 반면, 후지필름은 2006년 지주 회사 체제로 전환해 화학 기술을 활용해 화장품, 헬스케어, 반도체 소재 등 신사업으로 확대하며 혁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가 2005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마케팅 부진: 원인과 해법(Markeitng Malpractice: The Cause and The Cure)'의 메시지가 20여 년 가까이 된 지금 시점에도 유효한 이유는 대부분의 마케터가 기능과 속성 또는 가격에 갇혀 마케팅을 한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때도 지금도 마케팅의 시작은 고객의 '목적'이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적으로 왜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려고 하는지가 출발점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왜?'는 좋은 마케팅 전략의 시작점입니다.



<Clayton M. Christensen, Scott Cook, and Taddy Hall, "Marketing Malpractice: The Cause and the Cure", Harvard Business Review (December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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