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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Jan 29. 2024

성장이 멈춘 지금의 고민

잘 나가던 기업도 갑자기 성장 정체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1990년대 리바이스뿐만 아니라 3M, 애플, 캐터필러, 볼보 등 다양한 기업들이 매출 정체를 경험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최고 경영진이 전조를 깨닫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성장이 정체하고 손익이 악화되면 최고 경영진은 그 이유를 밖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이 성숙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등 외부 상황 변화를 원인으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1995~2006년 사이 포춘 100대 기업과 글로벌 100대 상장사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성과 정체의 원인은 오히려 외부보다 내부에 존재했습니다.


성장 정체의 근본 원인은 인수합병 실패, 전략적 분산, 인접 사업 확대 실패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으나, 핵심 이유는 아래 네 가지였습니다.

1) 프리미엄 포지션이 역효과가 발생한다.

2) 혁신 경영이 실패한다.

3) 핵심 사업을 성급하게 포기한다.

4) 유능한 인재가 부족하다.


첫 번째 가장 큰 성과 정체의 원인은 ‘1등의 함정’입니다. 오랫동안 성공만 누린 프리미엄 브랜드는 새로운 저가 경쟁자를 무시하고, 고객 선호도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1990년대 리바이스는 하우스 브랜드와 디자이너 고가 브랜드가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시했습니다. 결국 시장 점유율이 절반 이상 감소했고, 이는 몇 가지 징후들을 놓친 결과였습니다.

아직 작지만 특정 고객 세그먼트에서 시장점유율이 급락한다.

모객 비용이 급상승한다.

핵심 고객의 불만이 급증한다.


두 번째는 ‘R&D 경시’ 때문입니다.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소홀히 하며 경쟁에 뒤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3M이 R&D 예산을 사업 부서에 넘기자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고, 기존 제품의 개선에 집중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 결과, 17%였던 연간성장률이 1982년 1%대로 급락한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R&D 경시' 풍조가 최고 경영진 사이에 퍼져 있는 게 아닌지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R&D 부서 예산을 단순 비용으로만 생각하게 될 경우, 신제품 개발 비용을 통제하기 시작하고 미래 성장성을 깎아 먹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R&D 비용은 사업 부서에서 통제해야 한다.

세 번째는 ‘성급한 포기’입니다. 핵심 사업이 포화되었다고 판단해 더 이상의 성장 추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1960년대 말, RCA는 소비자 가전 시장이 포화되었다고 여기고 메인 프레임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히려 소비자 가전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면서 RCA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뺏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고 경영진이 기존 핵심 사업을 '성숙기'라고 여기기 시작할 때를 경계해야 합니다. 이 경우, 최고 경영진은 기존 고객과 핵심 사업의 제품/서비스와 관계없는 분야에서 인수 및 합병을 추진하게 되는 경향성이 커집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인수 및 합병이 실패하면서 회사는 위기에 봉착합니다.


최고경영진이 기존 핵심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기존 고객과 제품/서비스와 관계없는 분야에서 인수 및 합병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는 ‘유능한 인재 부족’ 때문입니다. 실행을 담당할 유능한 임원 및 실무진이 소수에 불과한 경우입니다. 히타치의 경영진은 에너지 및 제조업 분야 경험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히타치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는 에너지/제조와 무관한 신규 영역이었으나 해당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부족했습니다. 그 결과, 1994년 히타치의 순이익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핵심 징후는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 주요 인재들의 경험치가 낮고, 외부 인재 유입도 적극적이지 않다.
역량 개발 프로그램은 기존의 리더십 기술을 복제하는데 머물러 있어, 신규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처럼 성장이 정체되는 이유는 외부 환경 때문이라기보다는 내부에 자리 잡힌 경직된 가정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장, 고객, 경쟁사, 기술에 대한 고착된 가정이 불러일으킨 경영 참사가 성장 정체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대안이 필요합니다. 의외로 단순합니다.

1) 신입 사원들에게 우리가 속한 시장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핵심 고객들이 어떻게 우리 서비스를 대하는지? 물어보고 경청한다.

2) 다양한 팀에게 향후 5년 후의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시나리오가 핵심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사항이다.

3) 외부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전략을 검토하고 개선점을 알려달라 부탁한다.


연구 대상의 87% 기업이 성장 정체를 경험했습니다. 10년 안에 성장세를 회복한 회사는 46%에 불과했습니다. 선도기업이라도 언제든 성장 정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존 가정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핵심 징후들을 잘 관찰해야 합니다. 성장 정체는 바로 내일 우리의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Matthew S. Olson, Derek van Bever, and Seth Verry, “When Growth Stalls”, Harvard Business Review (March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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