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역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흥미롭게도 (1) 미국은 자국 중심의 ‘폐쇄적 AI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2) 중국은 오히려 ‘개방형 AI 전략’을 내세우며 기술 공유와 다자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가 통제를 주장하고, 권위주의 국가가 개방을 외친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보인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 중심의 생태계를 강화하는 폐쇄적인 형태의 AI 정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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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은 2025년 7월 발표한 ‘AI 액션 플랜’을 통해 연방 규제 통합, 편향 제거, 투명한 생태계 구축을 내세웠지만, 실제 초점은 자국 기술 기업의 우위 유지와 보호에 맞추어져 있다. 동시에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AI 칩, 모델,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포함한 ‘AI 풀스택’ 기술의 채택과 수출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2) 같은 달 상하이에서 열린 ‘2025 세계 AI 컨퍼런스’에서 리창 중국 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AI는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는 개방형 생태계 구축, 표준 공동 개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기술 협력을 강조했다.
앤드류 응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 글에서 “중국이 AI에서 미국을 앞지를 수 있는 궤도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의 오픈웨이트 모델 확산, 반도체 설계 실험, 빠른 기술 순환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특히 “속도는 곧 복리(compounding rate)”라는 표현으로, 미국의 폐쇄 전략이 구조적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주요 AI 기업들은 대부분 폐쇄형 모델 전략을 택하고 있다. OpenAI의 GPT-4o, 구글의 Gemini 1.5, Anthropic의 Claude 3 Opus는 모두 고성능이지만, 내부 구조와 학습 방식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경쟁사 인력을 대거 영입하며 페쇄적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AI 기업들은 오픈 모델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DeepSeek은 R1-0528 모델로 LLM Arena에서 GPT-4o와 유사한 성능을 기록했고, Alibaba는 Qwen3-Coder를 통해 코드 생성 분야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 MoonShot은 Kimi 시리즈로 추론 능력을 강화하며 교육·비즈니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오픈웨이트 전략은 중국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런 전략은 반도체 영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화웨이는 고성능 GPU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중저사양 칩 384개를 병렬 연결한 CloudMatrix 시스템을 발표했다. 이는 72개 H100으로 구성된 엔비디아 GB200에 비해 병렬성과 비용 효율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직접 복제보다 구조 설계를 통해 우회로를 만든 셈이다.
앤드류 응 교수는 이러한 시도가 미국의 공급망 구조와 대조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첨단 AI 칩 생산을 대만 TSMC에 의존하고 있고, 지정학적 위기가 닥칠 경우 심각한 리스크에 노출된다. 반면 중국은 SMIC, 화홍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자립을 시도하며 연간 19조 원 규모의 정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전략을 ‘개방’이라는 가치로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 정부는 대형 모델에 대해 사전 등록제를 운영하며, 민감 정보 차단 알고리즘과 생성물 워터마크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DeepSeek, Alibaba, MoonShot 등 주요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를 기반으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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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AI 전략은 다르게 보이지만, 모두 자국 중심의 패권 질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 (1) 미국은 ‘America First’ 연장선에서 ‘AI 패권주의’를 강화하고 있고,
- (2) 중국은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기술 의존도를 높이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3) EU는 ‘AI Act’로 ‘고위험 기술’을 규제하면서도 ‘오픈소스 생태계’를 인정하는 ‘규범 중심 노선’을 택했다. 전쟁 무기, 의료 AI 등 고위험 기술에는 사전 승인을 요구하고, 오픈소스 모델은 예외로 인정한다. EU 지역 내 표준화된 규범을 제정해, 이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기술은 부족해도 규범을 앞세워 국제 룰세팅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다.
반면, (4)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단순한 AI 기술 수입국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데이터 주권과 독자 모델을 갖춘 AI 주권국가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소버린 AI’는 더 이상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 산업 전략이 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생태계에 편입될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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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Andrew Ng 교수의 페북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