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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이 Mar 28. 2024

곧 봄이 올 거야

23.03.11.한주의 시작 전

 기다리는 시간을 알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연습실에가서 악기의 청 뚜껑을 열고, 청을 들여다보며 내 숨에 맞게 한 손 끝으로 갈아보는 일과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는 여기 아침에 서 있다. 


 다시 달리기 직전의 상황에 놓여있다. 내 시간 속 준비라는 주제를 가진 나는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의 마음과 비슷한 표정으로 지내고 있다. 다시 휴학한 사람의 일상은 이렇게도 나른하고 포근하다. 잠겨오는 포근함 속에 나는 노곤한 몸을 햇살 속에 뉘인다.


 다시 휴학한 것을 후회하는가,하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다. 이 조금의 텅빈 공백을 사랑하겠다고, 그렇게 답하겠다. 기차의 빈자리를 찾아가 앉는 일. 아침을 위해 계란을 굽고 베이컨을 구워 준비하는 일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오늘 낮에는 글은 사상이다,라는 말을 써놓고 한참을 볕 아래에서 보고 있었다. 새로운 문장을 위해 머리를 비워두는 일도 필요하겠지.


 대금의 청이 울리는 때가 있다. 대금이란 악기의 특징 중 하나는, 취구 옆에 난 구멍에 갈대 껍데기를 붙여 울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걸 '청' 이라고 부른다. 청 뚜껑을 정성스레 묶어 반쯤 열어두고 청남 소리를 내면, 그 끝자락의 소리가 쨍하고 조금은 아프게 울린다. 내 악기는 그 소리로 사람들이게 사랑받고는 했다. 언제적 들어두었던 청이 울리는 소리. 주의 깊게 듣는 일은 매일듣는 악기 연습에 더 간절하게 필요하다.


 하루는 일상을 보내다가 생각했다. 너무 멀리와있나. 그런 생각은 늘 그리던 사람이 끝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끝난다. 하찮은 고백으로 그만두지는 말아야지. 언제 있을지 모를 그 끝자락의 울림을 닮은 순간을 기대한다. 그 계절의 자리에 서 나는 오늘도 그 소리에 빗대어 세상을 생각한다.  


 벌써 미리 생각하여 바랜 복사꽃이 흐드러지기를 기다리는 일. 이미 피어있는 흰분홍 매화를 지나쳐 걸어가는 때의 아쉬움과 아픔이 오늘의 마음을 미쳐 다 말하지는 못한다.


곧 봄이 온다. 지난 때의 아픔은 덮어두고 나는 나의 시간을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지.


 반짝임을 찾다가 쓰지도 못한다, 라는 구절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시원찮은 신선함을 찾으려다 무엇도 쓰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다. 나는 이제 듣지 못했던 소리들을 들을 것이다. 저 너머의 너머에 스스로를 자신하고 있는 내가 있다 . 언제까지고 기다려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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