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출발 전 사진이다. 학교가 대구에 있어 본가인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자주 다니는 편이다. 입학하고부터 타고다니기 시작한 기차를 벌써 6년이 지나도록 타고 있다.
부산역은 에스알티 종점역이라 출발 20분 전에도 기차가 대기하고 있어 일찍 탈 수 있다. 6년 즈음타면 기차도 학교도 질리겠지, 했는데 전혀 질리지 않고 오히려 기다려진다면 거짓말 같을까.
새학기 시간표가 나왔다. 미리 있을 학기를 상상해본다. 레슨 때문에 2주에 한번은 기차를 타고 부산에 와야겠지. 드디어 막학기라니, 이제야 졸업이라니 학기가 기다려지기는 처음이다.
이번 년도 위시리스트에 '졸업'이라고 적었던 올해 1월의 일을 기억한다. 졸업장 두개 갖고 나오기 왜 이렇게 힘드냐며 푸념하던 일도 이재는 그만둘 때가 된 거 겠지.
해도해도 질리지 않는 일이 있다. 책 읽기,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 듣기, 글쓰기, 기차여행. 그리고 느닷없이 올 미래를 기다리는 일. 내가 사랑한 세계와 지금의 세계가 같을 때 나는 행복함을 느낀다. 음악을 들으며 바깥을 내다보는 기차여행처럼. 비어있던 집에 안부를 전하러 가는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