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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lturing me Dec 05. 2020

'열심'이라는 고장 난 브레이크

열심에 점점 지쳐가는 중년들

며칠 전 치러진 수능시험에 약 50만 명이 응시했다. 수험생들은 수년간 준비한 실력을 나타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수능 당일날 영국 BBC방송에서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전 국민이 수험생들을 위해 조용히 지원하는 한국의 대학입시 시스템을 흥미롭다는 듯이 보도했다.  


회사와 관공서는 물론 주식장도 한 시간 늦게 시작되고,  비행기도 소음발생 요인이라 해서 뜨지 않는다.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와 국민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들이 아닐 수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보내는 응원 뒤에는 그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알기에 공감하는 애틋한 마음이 있다. 그래서 열심히란 말 앞에서는 우리 모두가 숙연해지는 국민적 성향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적절한 열심이 아니라 결핍으로 인한 인정 욕구 때문에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내면은 어떨까? 너무 열심히 살다가 뭔가 이상 징후가 나타나서 상담을 의뢰해 오는 이들이 있다.  '왜 열심히 살아야 할까?',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고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 적이 있다면 열심의 본질은 대부분 본인 자신을 위해서이기보다는 자녀를 위해서, 부모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기 위해서, 혹은 사회적인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서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도 그것이 본인을 위한 것으로 착각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번 아웃될 정도로 자신을 한계치까지 몰아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매 순간을 열심히 산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먹고살기 힘들었던 세대는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상황만 달라졌을 뿐 끊어내지 못한 불안과 초조 모드로 습관처럼 열심히 산다.  더 열심히 살아야 좀 더 나은 삶을 이룰 것 같은 환상 때문에 열심을 다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기대만큼 나아지면 좋겠지만 몸과 마음은 괴롭고 지쳐가는 것이 문제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일수록 긴장을 풀고 마음의 위로를 원한다. 하지만 부모로부터 성공하라고 내몰렸던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의 대부분은 긴장을 풀고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택하는 방법이 술에 취하거나, 게임에 빠져 현실을 잊으려 하거나 혹은 성적행위를 통해 순간의 긴장을 풀어내려 한다.  하지만 이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순식간에 파멸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삶에 지쳐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한 현대의 중년들은, 사라지고 싶은 욕구를 심리적으로 느낀다. 이는 인간이 지쳤을 때 느끼는 기본적이고 당연한 자기 파괴와 소멸의 심리 욕구이다.  자기 파멸에 대한 강한 열망을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실천하고 싶은 것이다.   


현실세계가 너무 힘들면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자 욕구이다. 그리고 본능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이 '사랑'이다.  이 흔한 '사랑'이 참으로 어려운 이유는 사랑에 상처를 입은 부모가 자녀에게 똑같은 상처를 주는 악순환 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가슴으로 인지하면 회복이 가능해진다.


지속적인 '이성 강화' 훈련을 통해 스스로 사랑을 살려낼 수 있다.  본인의 기분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몸에 익히고,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본인만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공감하고 경청해 줄 수 있는 대화 상대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열심히 살아온 대다수의 오래된 부부들은 깊은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기는 했어도 살아가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정서적인 측면에서의 공감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모든 선택이 가능한 현재임에도 과거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과거와 현재의 분리"가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 만으로도 고장 난 브레이크의 기능은 개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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