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은 성장이란 꽃을 피운다.

참사랑

by culturing me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너한테 쏟은 정성을 생각해 봐!"


드라마에서도 남녀가 이별하는 장면에서 클리쉐처럼 등장하는 대사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인데 그걸 사랑이었다고 하고 또 그 공을 인정해달라고 하는 참 어이없는 말이다.


'사랑이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은 수백 년도 더 된 해묵은 질문이지만 이직도 대답은 계속된다.

'사랑?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거지. 그걸 뭘 생각을 해?" 물론이다. 이것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느낌만을 따르는 사랑은 성숙된 사랑이 아니어서 위의 상황처럼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사랑은 노력 없이 그냥 다가와 일정 시기가 지속되다 끝나버리는 눈먼 사랑이 아닌 노력과 용기가 수반되는 참 사랑이다.


사랑에 대한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다양하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희생'이었다. 나는 다시 반문한다. 글쎄... '사랑이 희생'일까? 내가 생각하는 희생은 상대를 위해서 자신의 노력, 시간, 경제력, 마음 등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랑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어디에 있는가? 희생만 하다 자신이 소진되는 사랑이라면 거기서 맺히는 열매가 온전할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사랑'과 온전한 열매는 서로가 함께 성장해 가면서 둘이 인격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한걸음 더 완성되어 가는 것을 말한다.


비단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부모 자식, 친구, 가족 간의 사랑도 서로의 독립적인 삶을 존중해 주는 열린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존중이 서로를 성숙시키는 기반이고 이렇게 이뤄지는 성숙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흔히 사랑과 혼돈되는 감정인 '애착'에 대해 살펴보자. 애착은 사람뿐 아니라 물건이나 동물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자식, 애인, 배우자, 돈, 동물, 사회적 성공 등에 애착을 갖고 이를 사랑이라 생각하며 그것에 대한 성취를 위해 자신을 쏟아붓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애착하는 것들에 자신을 내어 주고 만족감을 느끼고 자기가 원하는 상태가 되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에게서부터 멀어져 갈 때는 자기에 대한 존재감도 온데간데 없어진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목숨 걸고 그것들을 지켜려고 과도한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과연 이것이 사랑일까? 애착 행위는 어떤 대상에 자신을 매어두는 행위로 자신을 점점 더 고갈시킬 뿐 아니라 파멸까지 몰고 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주변에서 종종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이 고민해야 할 일들을 부모가 대신 걱정하고 해결해 주며 만족해한다.

"나는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이것은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자녀에게 기댄 애착이다. 오히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참고 아이 스스로 자기 몫을 해 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아이의 성장을 이끈다. 부모에게 참고 기다리는 용기가 있을 때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성숙할 기회를 갖는 것처럼 모든 관계에서 이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는 우리 부부가 함께한 추억과 시간만큼 서로를 잘 알고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수많은 여행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것을 함께하고 공유하며 잠시도 서로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일상적 끌어당김을 사랑이라고 믿었었다. 그리고 서로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배려이자 가족을 지키는 최선의 노력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중년이 되고 보니 분명 서로 사랑하는데 서로를 불편해하는 우리를 발견하였다. 그래서 돌아온 날들을 되짚어 보는 과정을 통해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상대에 대한 배려로서 감정을 감추는 습관이 고착되다 보니 점점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질 않게 되어갔다. 결국 그렇게 서로를 향한 왜곡된 배려가 관계의 정서적 성장은 돕지 못했고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한 기능적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유롭고 다양한 경험을 함께한 세월이었다고 믿었던 나의 결혼생활의 줄기 중 한쪽 측면이 폐쇄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겉으론 잘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내면에는 참사랑이 아닌 서로에 대한 간섭과 구속이 있는 상황에선 인간은 정신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가 없나 보다. 배우자, 사회에서의 상하관계, 자녀이기 이전에 '독립된 인격체'라는 관념이 자리잡지 못하면 간섭과 구속이 관심이자 사랑이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대체적으로 힘없는 자가 힘 있는 자에게 종속되어 살아가게 되는데 이때 '경제적인 지위'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평안하고 즐거움이 스며있는 결혼생활과 인간관계를 위해선 개방적인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희생과 애착 그리고 의존으로부터 떠나야 한다.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독립해야 하고 서로의 성장을 위해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존중해 줘야 하는데 애착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에게 변화를 위한 실천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알았다면 변화하려는 용기를 내야 한다. 상대방의 고유한 존재감을 존중하지 않고 애착에 사로잡혀 있다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괴로워하고 상대를 조정하려는 패턴이 지속된다. 이러한 관계는 성장은 고사하고 관계가 단절되거나 허무함만이 남을 수 있다.

관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서로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과 이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진정한 사랑의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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