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전천역까지 이어진 500미터 남짓한 거리에는 벚꽃길과 작은 공원이 있다.
봄이 오면 철쭉과 벚꽃이 어우러져 화사한 길이 되고, 여름이면 나무 그늘이 한껏 시원하게 다가온다.
가을에는 어쩐지 쓸쓸하다고 느끼곤 했지만, 이번 주말 길을 나서며 생각이 달라졌다. 바닥에 수북이 쌓인 낙엽 덕분에, 나는 인도의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발걸음 아래서 바스락, 비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한없이 정겨웠다.
문득 군대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복무하던 부대 입구는 은행나무로 가득했다. 대대장님께서는 새벽 순찰 때 낙엽을 고색스럽게 쓸지 말라고 하시곤 했다. 출근길에 펼쳐진 황금색 은행잎을 보며, 대대장님은 운치 있고 좋다며 흐뭇해하셨다. 그날은 하루 종일 유난히 즐거워하셨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 풍경은 낙엽 싸인 가로변과 달리 제법 깔끔하다. 단지안은 누군가의 손길로 깔끔하게 정돈된 것이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낙엽가득한 길이, 깔끔하게 정돈된 길이 좋겠지만 오늘 내겐 26년 전 그 대대장님의 마음처럼 낙엽 가득한 길이 오히려 운치 있고, 한가로운 행복을 안겨주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