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삶 엿보기
책을 선택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좋아하는 장르나 소재일 것이다. 나는 아가사 크리스티와 같은 고전적인 범죄 추리물이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일본 소설이나 에세이 그리고, “책과 서점”에 대한 소재의 책을 좋아한다. 최근에 읽은 [서점 일기]와 [섬에 있는 서점]은 각각 실화와 소설이라는 큰 차이가 있지만, [서점 일기]는 의외로 동네 사람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소재의 소설과 같이 쉬우면서도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섬에 있는 서점]은 마치 동네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에세이를 읽는 듯하였다.
[책 기본 정보]
제목: 서점 일기 (The Diary of a Bookseller):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지은이: 숀 비텔
옮긴이: 김미림
여름언덕 2021년 1월 20일 출판
[서점 일기]는 스코틀랜드 책 마을 “위그타운”에서 중고서점 “The Book Shop”을 운영하는 숀 비텔의 2014년 2월부터 그다음 해 2월까지 1년간의 일기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월별로 구성된 각 장은 작가 조지 오웰의 [서점의 추억들]에서 발췌한 글로 시작하고, 첫 장인 2월의 일기는 “나는 과연 서점 주인을 ‘업’으로 삼고 싶은가? 내가 일했던 서점의 주인은 내게 친절히 대해 주었고, 서점에서 행복한 날도 있었지만, 대체로 아니올시다.” 로 시작하면서, 숀 비텔의 서점 주인으로서의 직업 정신을 대변한다. 매일의 일기에서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책 주문 현황과 그날의 주요한 이야기와 당일 매출과 구매 고객 수를 적는다. 그날의 주요한 이야기에는 서점 직원 니키와 다른 파트타임 직원들, 런던에서 일을 하는 연인 애나, 그리고 그의 아파트를 수시로 방문하는 동료들과 중고 서점 방문 고객들이 등장한다. 인간에 대한 통찰력으로 짧지만 생생하고 위트 있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로 읽는 재미가 솔솔 하다. 본인 스스로 성마르고 편협하고 비 사교적인 서점 주인의 전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난 그저 손님 한 명 한 명이 모두 독서 경험을 통해 동등한 기쁨을 얻어 내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느닷없이 서점 주인의로서 소명 의식을 고백하기도 한다.
[책 기본 정보]
제목: 섬에 있는 서점 The Storied life of A. J. Fikry
지은이: 개브리얼 제빈
옮긴이: 엄일녀
문학동네 2017년 10월 5일 출판 (원서 2014년)
뉴욕 항구의 허드슨 강 하구에 있는 앨리스 섬에 하나밖에 없는 서점인 “아일랜드 서점” 주인 에이 제이 피크리가 주인공인 로맨틱 추리(?) 소설이다. 프린스턴 문학 박사 출신의 서점 주인인 에이 제이는 동네에서 혼자서 잘난 차가운 사람이라는 평판으로, 그를 서점 주인으로 만든 앨리스 섬 토박이인 아내 니콜의 사고로 인한 죽음 이후 까칠하게 서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형성하게 되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삶에 대한 이야기에 약간의 추리 요소가 들어가 있는 소설이다. [섬에 있는 서점] 역시 매 장의 시작을 딸 마야에게 들려주는 에이제이의 서평으로 시작하고, 소설 곳곳에서 문학박사의 면모를 보여주는 다양한 책에 대한 비유가 가득하다. 단순한 서점의 일상이 아니라, 노후를 위해서 보관하고 있었던 에드거 앨런 포의 초판 시집 “태멀레인”의 도난과 서점 어린이, 청소년 코너에 버려진 두 살의 사랑스러운 아기인 “마야”를 둘러싼 비밀은 소설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경험하는 모든 사람들, 주인과 고객에 대해서 흔히 주인은 친절하고 다정하며, 고객은 책을 사랑하고 아끼고 서점의 공간을 존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 조지 오웰은 [서점의 추억들]이라는 짧은 단편에서 “서점 주인은 일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고,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으며, 서점 주인이 어렵게 구한 희귀한 좋은 책을 알아보는 손님은 10퍼센트도 안되고, 서점을 방문하는 가장 흔한 부류는 이렇다 할 조카에게 생일 선물로 줄 책을 사러 오늘 여성들이다”라고 부정적으로 중고 서점에서의 추억을 기록하였다. 그럼에도 조지 오웰은 “책을 사고파는 일은 어느 정도 이상은 저속해질 수 없는 인도적인 장사”이다라고 말하였고, 이에 100% 동감한다.
1936년의 조지 오웰이 기록한 서점 주인의 일상은 [서점 일기]와 [섬에 있는 서점]에서 공통적으로 보인다. 물론 아마존이 이미 대다수의 고객을 점유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서점에 찾아와서 책을 고르고, 바닥에 앉아서 책을 보고 서점 직원과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는 일상의 경험은 여전하다. 또 서점 주인은 조금이라도 좋은 책을 고객에게 선보이기 위해서 책을 구매하고, 작가와의 만남과 같은 이벤트를 발굴하여 인터넷 서점이 대세인 현재에 서점 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서점은 이제 지역 문화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까칠하고 혼자 잘난 듯 세상을 살아가는 성향의 사람들이 대부분 서점을 운영하더라도, 21세기에 “서점 주인”이라는 직업을 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서점을 통한 소중한 커뮤니티 경험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나는 온라인 비즈니스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고, 서점에서 책을 사고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경험 또한 좋아한다. 그러나 동네 책방을 매일 찾고 책방 주인과 시시콜콜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읽고 싶은 책을 구해달라고 요구하는 경험은 해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대형 서점에만 가기 때문일 듯하다. 요즘 인스타를 통해서 전국의 동네 책방을 팔로워하고 있는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꼭 전국 각지에 있는 동네 책방을 다녀오고 싶은 것이 나의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이다. 우선 다음 주에 가까운 동네 책방을 들려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