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름옷을 꺼내다가
맨유유니폼을 찾았다.
재미 삼아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군모를 쓰고, 낡은 맨유 유니폼을 입은 채
나는 거실 창가에 섰다.
20년 전, 박지성이 뛸 때 샀던 유니폼.
등 뒤엔 그의 이름, 그리고 ‘13’이라는 숫자가
이제는 시간처럼 바래어 있다.
손엔 태극기를 들었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상징이,
왜 요즘은 어느 쪽을 의미하는지부터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걸까.
나는 그냥 태극기가 좋았을 뿐인데.
어느 틈에 우리는
자부심마저도 조심해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됐다.
내가 무슨 색으로 보일까 걱정하면서
붉은 셔츠와 태극기를 함께 드는 것을
망설이는 마음이 생긴다.
창밖의 아파트 숲 너머로
푸른 산이 희미하게 서 있다.
정치도, 구호도 아닌
그저 내 삶의 일부로
이 국기를 들고 서 있는 것인데—
왜 자꾸 ‘의심받는 애국’이 되어야 할까.
이 나라를 사랑한다는 말이
어느 한쪽을 뜻하지 않던
그 시절이 그립다.
2025.4.25
#대한민국 #박지성 #맨유 #빨간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