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이력 1

비 오는 날, 용인 수지에서

by 제이림



오늘은 용인 수지에 있는 한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이사를 도왔다. 짐을 꾸리는 이들은 교회에 소속된 목사님, 장로님, 전도사님들이었다. 이곳은 원래 그분들의 본거지가 아니었다.


새로운 성전이 지어지는 동안, 임시로 머물렀던 거처. 교회 재단이 운영하는 대안학교의 공간이었다. 학교는 생각보다 크고 단단했다.


그만큼 짐도 방대했다.
책상과 의자만 옮기면 끝날 줄 알았지만, 사무용품, 예배용 악기, 스피커, 십자가, 기독교 서적들까지 믿음과 사명이 켜켜이 쌓인 물건들이었다. 5톤 트럭 일곱 대 분량의 짐을 나르며, 잠시 트럭 한켠에 앉아 숨을 골랐다. 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트럭적재함에서 듣는 빗소리는 나름 운치가 있다. 다르르르륵..(표현이 안되네요)


흙발에 얼룩진 바닥, 벽에 닿은 손자국, 스카치 테이프의 끈끈한 흔적들. 그 어수선한 풍경 안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잠잠해졌다. 정지된 공간, 멈춘 움직임 속에서 빗소리만이 조용히 나를 감쌌다.


누군가는 이 풍경을 그저 ‘고된 날의 현장’이라 부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오늘은, 임시 거처를 떠나는 이들이 다시 믿음의 자리로 향하는 여정을 옮겨 싣던 날이었다.


신앙이 일상이 되고,
노동이 기도가 되는
그런 하루의 기록이다.


이 모든 짐이 떠나가고, 새로운 성전으로 향하는 여정은 계속된다.


월요일이면, 아마도 일당이 입금되겠지?


수원 중앙 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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