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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옥에서 피어난 한 잔의 커피

쓰디쓴 현실 속에서 다시 시작된 나의 일

by 제이림
'카페지옥' 책 표지로 사용했던 이미지


"무기력한 시간 속, 글쓰기가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렇게 탄생한 ‘카페지옥’은 내 두 번째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몸담았던 주류업계 이야기는 어딘가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내가 마케팅과 점포개발을 했던,

커피라는 익숙한 세계.


당시 한국은 ‘카페 창업 열풍’의 정점에 있었다.

SNS에서 핫한 카페 하나 열면

곧 인플루언서가 되고, 성공한 자영업자가 되는 시대.


하지만

나는 그 ‘환상’의 이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점포 하나 열고, 한두 달 버티다

커피 맛도, 서비스도, 공간 구성도 엉망인 채

슬그머니 문 닫는 수많은 카페들.


나는 생각했다.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을 써보자.’


이름도 없고, 작가도 아니었지만

퇴근 후 쌓였던 자료들,

매장 방문 메모, 브랜드 전략 노트까지

모두 꺼내어 다시 펼쳤다.


그리고 다소 과감한 제목을 붙였다.

“카페지옥”

— 이보다 솔직한 이름이 있을까 싶었다.


책은 독립출판 형태로 제작됐다.

크게 홍보하지도 않았지만

조금씩,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았다.


그리고 그중 몇 명은 내게 연락을 해왔다.

“내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카페를 하고 싶은데,

컨설팅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해서 나는,

작가이자 컨설턴트로

다시 작은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몇몇 독자들과 연결이 되면서

조심스럽게 ‘컨설팅’이라는 이름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카페지옥이라는 책이 하나의 ‘소개서’가 되어준 셈이었다.

의뢰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처럼 찍어내는 매장이 아니라,

작고 단단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이었다.

직접 커피를 로스팅하고,

수제 베이커리를 함께 운영하고 싶다는 1인 창업자.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키즈카페 안에 ‘어른들만의 조용한 공간’을 따로 만들고 싶다는 젊은 부부.

단순히 인테리어나 메뉴 콘셉트를 넘어서

공간에 담긴 철학과 방향성까지 고민해야 하는 일들.

복잡하고도 섬세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일이 내 안의 무기력을 조금씩 덜어냈다.

그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느낌은

다시 나를 ‘살리는 감각’이기도 했다.


#퇴사 후 이야기

#커피창업

#브랜드컨설팅

#1인창업

#독립출판

#지속가능한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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