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증(1)

내가 조증일 때의 기록

by 보라

모임에서 내가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 그 언니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라면 좋겠다.

내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그가 내게 전화해서 사랑을 속삭여줬으면 좋겠다.

친구는 내가 이 시기를 생산적으로 보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나는 항상 너무 과할 정도로 많은 말을 하고 후회하고 창피해한다. 그러다 반응이 좋으면 누구보다 들뜨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그래, 난 도파민이 필요하다.

창피해죽겠다 그리고. 다들 바쁜데 나만 휴대폰에 매달려 사는 것 같아.

사실 나는 일상이 없다. 내게 미래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 꼭 친구랑 공유하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나에게도 오롯한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쉬고 싶을 땐 꼭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치만 고독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명언을 들은 것도 같아서 꾸욱 참고 자거나, 정말 제일 친한 친구에게 한탄을 조금 하고 견뎌낸다. 그럼에도 20명이 넘게 있는 단톡방에 혼자 독백을 하거나... 이상하게 드라마 추천을 하거나 이런 일들은 정말 빈번하다.


나도 누군가에겐 이 병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거르는 상대가 될 수 있겠지. 운 좋게 아직까진 모두가 이걸 받아들여줬지만 난 얘 때문에 상처받을 일도 앞으론 많겠지.


다 됐고... 미래가 잘 안 그려진다.

내게 미래가 존재할 거라는 생각도 잘 안 들어.

오늘 팀장님이 팀원들을 모아놓고 그런 얘기를 하셨다. 너네는 5년 후, 10년 후에 뭘 할 것 같냐고.

나는 30살에, 35살에 뭘 하고 싶을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 코이카, 공기업은 왜 들어가고 싶었던 걸까?

그냥 있어보이는 직업이 필요했던 거야. 나 근데 성격상 전업 작가는 못 한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해야 해.

코이카에 들어가려면 노력해야 하는데... 그래. 제주도를 가든 뭘 하든 일단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

아... 여기서는 머리가 안 굴러간다. 그냥 뭐라도 하고싶어 죽겠는 상태가 될 때까지 일단 떠나봐야겠다. 그 때까지는 삶에 루틴을 한번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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