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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을 읽는 100가지 방법

7. 티타임에서는 이런 찻잔을

by 제이오름

영국의 홍차의 나라이다. 차가 유명하니 찻잔도 발달했다. 그러니 고급스럽고 예쁜 찻잔을 만드는 도자기 회사가 발달된 것도 당연하다. 제인오스틴이 1811년 6월 6일 카산드라 언니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보면 그녀가 좋아하는 찻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무늬의 찻잔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오스틴의 어머니가 초턴 집 정원에 딸기를 키웠다고 하는데, 그러면 딸기가 그려진 찻잔이었을까 상상하고 있었는데, "어떤 무늬를 보니 버밍엄의 나무들이 황폐해진 것이 분명해"에서 유추해 본다면 나무 무늬가 있는 찻잔인 듯 하다.


월요일에는 잘 포장된 웨지우스 식기가 도착해 기뻤어. 아주 안전하게 잘 배달되었고 전부 다 어울렸어. 다만 올해처럼 수풀이 근사한 해에는 특히 잎사귀 무늬가 좀 더 컸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했어. 어떤 무늬를 보니 버밍엄의 나무들이 황폐해진 것이 분명해......일요일에 완두콩을 따기 시작했는데 양이 아주 적어서 <호수의 여인>에서 모은 것만큼 되지 않아. 어제는 잘 익은 진홍색 딸기를 몇 개 찾아서 꽤 놀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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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에마>에서 나이틀리가 사는 돈웰 영지에서는 사과와 딸기가 수확된다. 에마 가족과 이웃들이 돈웰을 방문하면서 아름다운 영지 곳곳을 둘러보는데, 이들이 산책을 마친 뒤 집에 들어와 음식을 나눠 먹고, 차를 마시는 장면에서 상상을 해 보았다. 웨지우드사에서 만든 야생 딸기 찻잔이나 하얀 사과꽃이 그려진 찻잔에서 티 타임을 나누는 장면에 대한 상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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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에서 산책길에 나이틀리가 에마에게 마음을 고백한 뒤 집에 들어와서 같이 차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어떤 차를 마셨을까. 행복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에마는 어떤 찻잔을 사용했을까. 웨지우드의 재스퍼웨어를 사용했을까.


두 사람은 차를 들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변함없는 탁자에 변함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앉은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변함없는 잔디밭에 자라는 관목에 눈길이 머물던 것도, 서쪽으로 기우는 해가 빚어내는 변함없이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보던 일이 얼마나 많았었나! 그렇지만 이런 기분이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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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필드 파크>의 노리스 부인은 서인도 제도의 농장을 둘러보고 돌아온 토마스 경에게 음식을 권하지만, 토마스 경은 단호하게 차만 마시겠다고 한다. 그가 마신 차는 그의 지위와 계급에 맞게 매우 품질이 좋은 것일테도 이에 맞추어 찻잔또한 고급스러운 것이었을 것이다. 웨지우드의 재스퍼웨어는 아니었을까. 재스퍼웨어는 무광 파스텔 색 바탕에 흰색 그리스 신화 부조가 들어간 찻잔이다. 귀족층들이 이 찻잔을 사용했다고 하니, 버트럼 경도 아마 선호했을 찻잔이다.


그러나 토마스 경은 단호히 마다했다. 그는 아무것도 들지 않겠다. 차가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들지 않겠다. 그냥 차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래도 노리스 부인은 자꾸 뭔가 들라고 권했고, 그가 영국으로 오면서 겪었던 일화 중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 즉 프랑스 민간 무장선의 경고가 절정에 다다른 순간, 이야기를 불쑥 끊으며 수프를 권했다.

"정말이지, 토마스 경, 차보다는 수프 한 접시가 훨씬 몸에 좋을 거에요. 수프 한 접시 들어 봐요."

토머스 경은 여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여전히 모든 사람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으시네요, 처형. 그렇지만 정말 차 말고는 전혀 생각이 없습니다."(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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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필드 파크>에는 가슴 아픈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오랜만에 프츠머스의 친정을 방문한 패니는 부모님과 가족을 볼 생각에 맘이 설레지만, 정작 방문한 집은 너무도 가난하고 누추한 상태였다. 위생상태도 열악하여 그동안 자신이 보낸 맨스필드 파크에서의 삶이 얼마나 호사스런 삶인지 깨닫게 된다. 가족들의 가난한 살림을 생각하면 맘이 아프지만, 그럴때 마다 문득문득 맨스필드가 떠오른다. 엄마는 패니에게 차를 권유하고 하녀 벳시를 시켜서 차와 다구를 들여오게 한다.


"그나저나 요기는 언제 했니? 지금은 뭐가 좋을까? 고기 요리가 나을지 아니면 먼 길을 온 끝이니 차와 간단한 요기가 나을지 아니면 먼 길을 온 끝이니 차와 간단한 요기가 나을지 알 수가 있어야지. 아니면 미리 준비를 해 놓았을 텐데. 이제 와서 스테이크를 만들자니 그 사이에 캠벨이 오면 어쩌나 싶고. 거기다 근처에 고깃간도 없으니. 이 동네에는 고깃간이 없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냐. 전에 살던 곳이 좋았지. 아무래도 차가 좋겠지? 얼른 준비하면 되지."

남매는 그게 낫겠다고 말했다. "그럼 우리 벳시, 얼른 부엌으로 달려가 리베카가 찻물을 올려놓았는지 보고 빨리 다구를 들여오라고 전해라. 벨을 고쳐 놓는 건데, 하지만 벳시도 이런 심부름은 빠릿빠릿하게 곧잘 한단다."

처음 보는 멋쟁이 언니 앞에서 능력을 뽐내게 된 벳시는 신이 나서 재빨리 부엌으로 갔다.

"에구머니!" 어머니가 걱정을 계속했다. "불이 왜 이 모양이야. 추워서 꽁꽁 얼었을 텐데. 의자를 가까이 당겨 앉거라, 얘야. 리베카는 뭘 한거야. 삼십 분도 전에 석탄을 더 갖다 놓으라고 틀림없이 말했는데. 수전, 너라도 불을 살펴봤어야지."(546)


패니가 마셨던 차와 찻잔은 분명히 맨스필드 파크에서 사용했던 찻잔들과는 달랐을 것이다. 이런 사소한 물건들을 보는 것 만으로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다시 돌아온 맨스필드에서 헨리 크로퍼드는 패니에게 마음을 고백하지만, 패니는 다소 당황스러워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구출해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티타임을 알리는 찻잔과 주전자, 케익 접시 등의 등장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티타임, 바로 작가인 제인오스틴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제가 온종일 생각하고 밤새도록 꿈꾸는 사람은 바로 '패니'입니다. 당신으로 인해 그 이름은 향기로움 그 자체가 되었으니, 이제는 다른 어떤 이름도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패니는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기도 힘들었고, 거의 모두가 말릴 것이 뻔해도 자리를 뜨려고 시도는 해 봤을 것이나, 마침 그때 아까부터 기다리며 오늘따라 이상하게 늦어진다고 생각하던 그 소리가 들려왔다.

배들리를 필두로 차 쟁반과 주전자, 그리고 케이크 접시들을 든 엄숙한 행렬이 입장해 심신의 괴로운 구금 상태로부터 그녀를 구출해 주었다. 크로퍼드 씨는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제 풀려나 바삐 움직였다. 이제 안전했다. (496)


감정을 추스리고 혼란스런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티타임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본다. 제인 오스틴 소설을 읽는 것도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게 해주니 나에게는 독서 행위가 티타임의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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